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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노사관계에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는가 / 배규식

등록 2019-09-09 17:35수정 2019-09-10 13:29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우리 경제는 2.86% 성장하면서 저성장시대로 들어섰다. 선진국들이 소득 3만달러를 돌파하면서 겪게 된 저성장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중국의 성장률 저하, 미국과 유럽의 경제둔화, 한-일 무역갈등으로 한국 경제가 어느 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초과근무 금지 제도 적용, 청년고용의 어려움, 대·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적 고용 관행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절망적으로 보였던 노사관계에서 모처럼 희망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따가운 여론을 생각할 때 만시지탄이지만 반갑다. 우선 우리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의 상징처럼 보였던 현대자동차 노사가 중국시장에서의 부진, 전기자동차, 자율차, 자동차 공유의 가속화라는 자동차산업의 큰 지각변동을 앞두고 올해는 큰 갈등 없이 임금 인상을 마무리 지었다. 무려 8년 만에 파업 없는 임금 협상 마무리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노사는 부품협력사를 위한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을 지원하고 생산기술과 품질개선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지향적이고 노동시장 약자를 배려하는 내용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부산지하철공사 노사는 합의를 통해 노조가 추가적인 통상임금 소송은 제기치 않기로 하고 이와 관련해 추가로 발생할 연간 300억원가량의 인건비를 청년 등 54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2019년 임금은 정부 기준 1.8% 중 0.9%만 인상하고 나머지 0.9%는 안전인력을 채용하는 데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보다 앞서 또 하나 중요한 변화로는 산업 수준에서 노사가 공익기금을 설립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저소득층·고용취약계층 지원 사업, 장학 사업 등의 지원과 공익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시중 은행 노사를 중심으로 2천억원 규모의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출범하였고, 올해 6월에는 보험업종, 증권업종, 여신업종 노사 등이 모여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을 설립하여 78억원 규모의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2017년에는 양대 노총의 공공 분야 5개 노조가 ‘공공상생연대기금재단’을 설립하고, 성과연봉제의 폐지로 환수된 상여금을 재원으로 505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 금융산업, 공공 부문의 노사가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주목하고, 그 개선을 위해 상당한 기금을 마련하여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나선 것은 우리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노동시장 안의 심각한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의 개혁,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용시스템으로의 개혁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가 쌓여 있다. 위에서 우리는 노사관계에서 작은 희망의 싹이 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노사관계 관행과 인식을 전환하는 동력으로 커갈 수 있도록 노사정이 세심하게 노력할 때다. 저성장시대에도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아직도 작고 불안한 노사관계의 새싹이 엄중한 경제사회 상황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성숙한 식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노사정의 유연한 타협의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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