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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일 지소미아 종료, 그 너머의 일들 / 김백주

등록 2019-10-16 18:03수정 2019-10-16 19:34

김백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발표의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보수 언론은 여전히 한-미 동맹의 균열을 이유로 효력이 만료되는 11월22일까지 한-일 지소미아를 되돌려야 한다는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북-미 협상이 실패하면 그 책임도 그것에서 찾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안에도 조건부이지만 한-일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의견이 존재한다.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 정부 간 대화가 재개된다면 협상 카드로 쓰일지도 모른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그 결정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그 너머의 일들,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한-미 동맹의 재조정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과연 한국에 고도의 한-일 안보협력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불편하지만 고도의 한-일 안보협력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는 미-일 동맹과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한국 또는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과 결합될 경우 한국은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공개된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는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석’으로,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오바마 정부에서도 사용된 바 있으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언뜻 보면 한·일 모두 중요한 동맹 파트너로 동일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심각한’ 차이를 드러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한-일 안보협력이 고도화하면 일본은 전략기지, 한국은 최전방 전투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2014년판 이후)에서 미-일 동맹이 역내 “공공재”로 기능한다고 기술한다. 집단방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이 ‘공짜로’ 미-일 동맹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을까? 미-일 동맹은 한국의 ‘무임승차’를 거부하며 대가를 요구한다. 미국의 주도로 체결된 한-일 지소미아가 그 첫번째 청구서였으며 사드 배치가 두번째였다.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는 미국의 의도에도 이런 청구서가 숨겨져 있다. 물론 중국은 미-일 동맹이라는 공공재에는 접근조차 어렵다. 공공재로서의 미-일 동맹이라는 논리는 냉전기에 미국이 아시아에 구축하려던 반공 군사동맹의 연장선에 있으며 사실상 중국 견제, 나아가 대중 봉쇄라는 현재적 함의를 갖는다. 한국은 그러한 미-일 동맹이라는 공공재를 향유할 필요가 없으므로 대가를 지불할 이유도 없다.

둘째, 한-미-일의 위협 인식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한 위협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근거해 추진됐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북한 위협의 제거 또는 완화를 의미하는 만큼 적어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일의 인식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일과 달리 중국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설령 잠재적 중국 위협을 인정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어떠한 집단방위체제에도 참여할 수 없다. 중국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고도의 한-일 안보협력 요구를 의연하게 거부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에 필요한 것은 한-미 동맹이지 한-미-일 동맹이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미-일 동맹은 한국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 미-일 동맹의 전초기지화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 위험성을 제거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 과정 자체는 외부 위협을 제거 또는 완화하는 적극적 안전보장 정책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에 관한 미래 전략과 함께 한-미 동맹의 재조정에 관한 논의도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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