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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마사회의 반칙과 특권 / 윤간우

등록 2019-12-18 18:09수정 2019-12-19 02:06

윤간우 ㅣ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지난해 기준으로 산업재해 보고 의무를 가장 많이 위반한 사업장은 한국마사회의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다. 2위 사업장과 비교해 4배 이상 높다. 3위 사업장은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다.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상위 15곳 중 3곳이 마사회와 관련돼 있다. 공기업인 마사회가 산업재해 보고 의무를 위반하는 반칙을 저지른 이유는 무서운 산업재해 건수를 숨겨 관리·감독으로부터 피하기 위함이다.

녹색병원은 2013~2014년 마필관리사와 기수들의 재해를 조사했다.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훈련 환경과 과정이 낯선 미순치 말, 위해를 하는 버릇이 있는 악벽 말에게 훈련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말에서 떨어지거나 차이는 것이다. 훈련 공간이 좁아 훈련 중 서로 부딪히는 경우, 부족한 인력과 훈련 시간의 압박으로 안전한 작업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도 잦다. 기수는 경주 중에 말의 다리가 부러져 떨어지는 사고도 빈번했다. 상태가 안 좋은 말이었는데도 말타기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고뿐만 아니라 질병도 심각하다. 말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어깨,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이 많았다. 심각한 것은 훈련이 이루어지는 모래에 발암물질인 유리규산과 중금속이 들어 있어 직업성 폐암 환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긴급히 수행한 조사에서도 사정은 변하지 않고 있다.

경마 관계자들은 예민하고, 거친 말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말에서 떨어지고, 차이고, 밟히는 사고는 필연적이라고 한다.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압도적으로 높은 산업재해율의 근본 원인은 관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마사회, 투자 대비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마주와 조교사, 불공정한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기수의 고용과 계약 관계에 있다. 마주의 위탁관리비와 경주 상금이 수입원인 조교사는 경주마를 키워내는 조교 능력뿐만 아니라 가급적 적은 투자와 인력으로 빠른 성과를 내야만 수입을 높일 수 있다. 마주와 조교사의 이익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압박은 말의 훈련을 담당하는 마필관리사와 기수에게 불안전한 상황에서 작업을 강요하는 동기가 된다.

도제식 교육으로 조교사에게서 조교 능력을 전수해야 하는 마필관리사, 경주 참여 기회와 전술 감독을 조교사부터 받는 기수로서는 강요된 위험한 상황에서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마사회는 마주 등록권, 조교사/기수 면허권 교부와 갱신을 통해 관리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말의 훈련과 경주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도 가진다. 마사회가 기수, 마필관리사와 고용/계약 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안전과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말의 훈련과 경주 출전 기준을 느슨하게 할 경우 미순치·악벽을 가진 말 때문에 사고가 늘어난다. 부당하게 특권을 남용하는 조교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안전은 더욱더 위협받는다. 마사회와 조교사의 특권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더 많이 다친다.

마사회의 특권 구조와 일부의 반칙이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산업재해와 죽음을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동지들이 잇따른 7명의 죽음을 애도하고, 2년 전 재발방지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마사회를 바꾸려 한다. 지지한다. 특권의 부당한 사용과 반칙을 없앨 수 있는 마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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