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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용접과 ‘천문: 하늘에 묻는다’ / 이병욱

등록 2020-01-20 18:50수정 2020-01-21 02:38

이병욱 ㅣ 건국대 기계공학과 교수

용접은 금속들을 고온으로 가열해 연결하는 뿌리기술이다. 가스용접과 전기용접을 통해 대한민국은 수많은 선박을 제조했고, 첨단 공장을 지어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산업을 이루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에어컨 설치할 때도 용접이 필요하다. 나는 한평생을 통째로 용접기술에 바친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카이스트 연구진도 알고 있다. 그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학과학능력을 가지고, 국가산업 발전을 위해 용접, 절삭 등 생산기술 개발에 평생을 바쳤다.

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의 폐허를 벗어나 국내총생산 1조6천억달러 경제규모 12위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뒷면에는, 생산 현장에서 흘린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이러한 과학기술자들의 희생은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초에는 방위산업기술공장의 사고로 세 명의 과학기술인을 잃어 눈물을 흘렸고, 불과 두 달 전에 우리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젊은 연구원을 현충원에 안장했다.

수학 성적과 용접기술자를 함부로 언급했다는 스타 강사의 보도를 접하고 실망감에 빠져 있던 내게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대통령이 관람했다는 소식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대중성이나 정산이 끝난 해외출장 장소의 의문점 등등으로 낙마했던 두 명의 과학기술자 출신 장관 후보자들의 사례, 첨단과학의 총집결체인 환경 분야 전문가로 떠들썩하게 영입했다는 인사가 법학을 전공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라는 보도, 반도체 실험과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던 벤처 관련 정부 관계자가 공장에서 쓰는 생산 재료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수십년 현장을 지킨 기술 인력들이 용납해야 하는 상황, 이런 일련의 것들은, 존경받아 마땅한 우리의 생산 기술자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현재 한국 사회의 겉모습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대통령이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국가가 되려면,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력을 기본으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강력한 첨단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장영실로 대변되는 기술자들을 보배로 삼고, 4군6진을 개척하고, 태평성대와 한글 그리고 부국강병의 희망을 백성들에게 안겨준, 우리의 세종대왕은 아직도 국민들 가슴에 잊히지 않고 있다.

지도자의 꿈은 정책당국자들의 손을 거쳐 냉엄한 현실이 된다. 소탈하게 잊히는 길도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참된 업적으로 역사에 남는 지도자의 길도 있다는 것을 이 땅의 과학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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