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ㅣ 변호사·공학박사
늘 그래 왔듯이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정당별로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그 인물이 가진 이미지가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가 인재 영입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투표권자인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끌 수 있는 감동적인 인생사를 지닌 인물 또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여 인지도가 높은 인물 등이 주된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재 영입이 총선을 앞두고 일회성의 이미지 소비에 그칠 뿐이란 점이다. 선거가 끝나면 그 인재가 애초 지녔던 참신함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즉 영입된 인재들이 당장의 총선 승리를 위한 화려한 포장지로 기능할 뿐 정치문화 발전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다방면에서 능력과 비전을 갖춘 인재들이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 계속 수혈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발전하기는커녕 사회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발목을 잡는 신세로 전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 신인의 개인적인 역량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 신인들이 정책과 정치에 관하여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낙후된 정치문화를 탓하게 된다. 구태에 젖어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 신인들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할 뿐 그들이 낙후된 정치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참신한 인물이라도 선거 뒤 존재감 없이 기존 정치질서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득권 세력에 의한 내부 통제력을 약화시킨다는 취지에서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야의 대결 구도가 갈수록 첨예화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극도의 반감이 표출되고 있으며, 소신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집단 따돌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5천만 국민의 뜻이 하나가 아닌데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정당 구성원들의 뜻이 늘 하나이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주요 정당들의 행태는 자신들에 대한 골수 지지층만 국민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극도의 편협함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말 없는 다수의 국민에게 실망감을 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좀먹는 정당 간의 이러한 극단적 대립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아직 이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정당 내부의 민주적 운영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각 정당이 선거철에 잠시 보여주기 식의 인재 영입에 그치지 말고, 영입된 인재들이 정치권을 비롯한 나라 전체에 실질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