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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101주년에 다시 보는 2·8독립선언 / 이인국

등록 2020-02-05 18:39수정 2020-02-06 02:36

이인국 ㅣ 두산이동화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장준하선생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크고 작은 기념행사들이 있었고 주요 언론도 3·1운동과 3·1운동에 영향을 미친 2·8독립선언에 대해서 심층 보도했다. 그런데 더 깊이 있는 분석과 독립운동사에서의 올바른 평가를 위한 노력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2·8독립선언이 우리의 독립운동사에 있어서 더 정당하고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기고한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2·8독립선언과 독립선언문은 3·1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는 보편적인 평가 수준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평가와 위상 정립이 요구되며, 시각에 따라서는 3·1운동이나 3·1독립선언문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독립운동을 분석, 평가하는 작업에는 여러 시각과 가치관이 반영될 수 있지만 우선 2·8독립운동이 우리의 독립투쟁사에 미쳤던 영향을 살펴보고, 2·8선언문과 3·1선언문의 차이점을 분석함으로써 그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2·8독립선언이 독립운동선상에 미친 영향이다. 최팔용 등 지도부는 독립운동의 범위를 일본에 한정하지 않고 조선과 중국 등 국내외까지 넓히고자 하는 의도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송계백을 국내로 파견하여 여러 유력 인사를 접촉하게 해 2·8독립선언에 대해 알렸고, 상해에 파견한 이광수는 독립선언서를 영문 번역하여 미국의 윌슨, 영국의 로이드조지, 프랑스의 클레망소 등 당시 국제정치의 세 거두에게 발송했고 아울러 상해의 영자신문 <데일리 뉴스>의 2월9일자에 “조선 청년의 열망”이라는 기사를, 2월10일에는 <차이나 프레스>에 독립선언의 개요를 자세히 설명하는 기사를 싣도록 하여 2·8독립운동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일본국 내에서는 민족대회소집청원서, 독립선언문, 결의문 등을 일본의 국회의원들과 각부 대신들, 그리고 일본 주재 각국의 영사·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등지 동포들이 독립운동에 이전보다 더 큰 관심과 의식을 가지게 해주었고 실제 독립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했다. 2·8독립선언, 독립운동이 단지 3·1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친 것이 아니고, 우리의 민족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가 있다.

둘째, 2·8선언문은 3·1선언문과 유사한 내용도 있지만 상당히 다른 고유의 특징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겠다. 2·8선언문은 3·1선언문보다 확고하고 분명한 독립운동의 성격을 담지하고 있고, 그 뒤 많은 독립운동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2·8독립선언은 그 배경으로 1차 세계대전 뒤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주창한 사상에 입각한 ‘민족자결주의’를 설정하고 있다. 2·8독립운동의 이념적·철학적·정신적 근간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사해동포주의 등 약간은 애매모호한 3·1선언문의 이념이나 철학과 비교해본다면 훨씬 분명하게 민족의 자주독립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2·8선언문이 3·1선언문보다 독립투쟁의 성격을 강력하게 구현하고 담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3·1선언문에는 무저항주의와 약간은 근거가 빈약한 낙관주의를 담고 있는 반면, 2·8선언문은 치열한 혈전을 통해 일본과 투쟁하여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목숨을 내걸고 일본과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2·8독립선언의 최팔용을 비롯한 주역들은 처음부터 감옥살이를 기꺼이 감내하고 거사를 실행함으로써 선언문에 담겨 있는 독립의지와 정신의 구현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론이나 이념, 실천적인 행동에서도 2·8독립선언과 선언문은 3·1운동과 선언문보다는 더욱 강력한 독립투쟁의 의지를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역사적 문건의 의미와 차원에서도 3·1독립선언이나 독립선언문보다 독립운동사에 있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이에 합당한 위상의 정립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2·8독립선언의 101주년을 맞이하는 즈음, 향후 2·8독립선언과 독립선언문에 대한 더 활발하고 깊이 있는 연구들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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