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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코로나 2달과 총선 1달: 새하늘과 새땅을 구하는 이들에게 / 금빛내렴

등록 2020-03-16 16:51수정 2020-03-17 02:37

금빛내렴 ㅣ 미학자·홍익대학교 초빙교수

1. 그들에게: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가 말하고 있지 않는가. 우린 여러 종교의 신도들과 관계 맺으며, 기존 교단이 이단 또는 사이비라고 규정한 이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그들은 전단지를 들고 서 있기도 하고, 도를 아느냐며 다가오기도 한다. 불교든 기독교든 처음부터 자신들의 정체와 색채를 드러낸다. 한데 ‘신천지교’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글은 그들을 차별하거나 혐오하고자 함이 아니다. 비상시국에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기에 잘 치료받고 보호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문제는 그들의 포교 방식이 선의를 악의로 사용하는 데 있다. 거짓과 모략의 접근법은 사기다. 관심사와 우정을 미끼로 접근했던 그들에게서 느낄 배신감과 당혹감이란! 이 사회가 더 이상 신뢰 기반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을까 우려된다. ‘설문조사’, ‘심리’, ‘상담’, ‘문화’, ‘복음’ 등 좋은 말로 다가오는 이들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됨은 슬픈 일이다. 애초 자신을 드러내라. 종교의 자유를 처음부터 만끽하라. 밝은 햇빛 아래서 사람들은 기존 종교와 마찬가지로 당신들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알아서 할 것이다. 새하늘과 새땅은 결코 속임수로 이뤄지지 않는다.

2. 종교인들에게: 주류를 형성해 기득권을 누리는 종교들은 이번 역병과 함께 드러난 현상들로 큰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들’과 유사한 듯한 기독교는 더욱 통렬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혹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신앙 없음으로 치부하고 예배와 미사만 열심히 참여하라 하진 않았는가. 이성적 사고는 도외시한 채 감정만 자극하는 일방적인 설교 강론, 질문과 토론이 생략된 따분한 성경공부만 강요했는가. 그런 믿음은 견고하지 않다. 젊은 날의 외로움과 두려움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꼰대 의식으로 나약함과 철없음을 탓한다면 청년 세대는 다 제 발로 달콤한 미혹의 나라로 떠나고 머지않아 교회는 노인들만의 천지로 변할지도 모른다. 자긍심 있는 종교인들은 젊은이들과 여타 사회 구성원들을 되찾을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새하늘과 새땅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가운데 함께 이룰 일이다.

3. 정치인들에게: 현 상황은 책임을 특정 사이비 교주와 상층부에 돌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들과 관련한 논란은 단순 종교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때마다 정치인들은 이를 개별적 종교 사안으로만 여겨,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보지 못하고 근본 원인 및 해결을 모색하지 못한 면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위기는 머지않아 진정될 것이다. 감염과 관련돼 특별히 주목받은 그들 또한 자연스레 우리와 함께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개중엔 더러 순교자인 양 더 결집하는 이들도 있고, 늦게나마 자신이 속한 집단을 파악하고 탈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나 이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다. 왜 많은 청년들이 ‘그들’ 속으로 빠져들었는가. 3포, 5포 등 포기의 숫자는 늘어나고, 숟가락의 색깔이 각자의 희망을 결정하는 상황이 여전하다면, 이 땅의 청춘들은 악몽 같은 삶을 ‘리셋’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제2, 제3의 신천지, 또 다른 매트릭스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공동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치가들이라면 이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없다. 새하늘과 새땅은 먼 훗날 저곳이 아닌 바로 지금 이 땅에서도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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