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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총선도 코로나도 가리지 않는 건설 사고사 / 박영수

등록 2020-04-15 16:37수정 2020-04-16 02:36

박영수 ㅣ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건설산업의 이면에는 슬픈 현실이 숨어 있다. 전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 중 절반을 건설업이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어 많은 국민이 건설현장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건설정책이 개발성장 위주로 추진되었고, 안전사고에 대한 건설 관계자의 인식이 부족하며 건설현장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2018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업무상 사고사망자 971명 중 건설업이 48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또한 2019년 9월 말까지 전체 산업 사고사망자 667명 중 건설업이 336명(50.4%)으로 전년 49.9%보다 증가했다. 이처럼 산업재해의 절반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건설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온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는 건설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최우선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건설안전 슬로건 선포식’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건설안전 슬로건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습니다”에는 숙련된 근로자라도 불안전한 작업환경에서는 누구나 재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근로자의 실수가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건설안전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절반(2017년 506명 → 2022년 253명)으로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실수가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안전관리가 부실하여 사고를 유발하는 기업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하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계획”도 함께 발표하였다.

하지만 점검과 처벌을 앞세워 상황이 제각각인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도나 노력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건설현장의 관행화된 안전불감증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 추락사고 원인으로 작업자의 부주의가 70.4%, 작업환경 불량 23.4%, 안전장구 불량 등 기타가 6.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사고임을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이러한 현실 개선이 건설안전 슬로건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습니다”의 목적이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건설현장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건설회사와 현장 근로자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건설현장 사고는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양 계약 후 2~3년간 기다린 끝에 입주하는 우리 아파트는 어느 근로자의 희생도 없이 안전하게 지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입주자는 건설회사에 안전한 공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장해를 겪는 근로자는 내 이웃이자 누군가의 남편이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현장은 당연히 우리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가림막으로 차단돼 있다고 해서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 ‘건설안전’은 ‘국민안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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