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경 ㅣ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 저자·전 호서대 교수
이른바 그린뉴딜 장마철이다. 언론매체마다 ‘그린뉴딜’에 대한 내용이 학계, 정치권 가릴 것 없이 장마철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많다. 그린뉴딜 어원부터 살펴보자.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핵심공약으로 그린뉴딜이란 신조어가 탄생했고 우리나라 이명박 정부 슬로건인 ‘녹색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거론하면서 포스트 코로나와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비와 신재생에너지,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기후변화 대비에 역행해온 나라다. 기후변화 대비 최초 국제협약인 1997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고 그린뉴딜이란 단어를 만들었던 오바마 정부도 ‘청정에너지 안보법안’을 통과시켰으나 국제 협력에는 소극적이었다. 안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에너지를 국가안보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본 것이었으나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저도 트럼프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기후변화 주제로 최초 정부 간 협의체는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의 아이피시시(IPCC)이다. 온난화가 계속되고 21세기 말까지 4.8℃가 상승하면 생태계와 인류 문명이 파괴된다는 유명한 경고도 1992년에 발표된 2차 아이피시시 보고서이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비를 주도해온 것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1990년대부터 준비해 2000년 유럽기후변화프로그램(ECCP), 2050년 에너지 로드맵 등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20% 이상을 줄이는 등의 성과를 얻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모범국가로 뽑는 핀란드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0%에 이르고 환경성과지수는 세계 1위(2016)이다. 반면에 그린뉴딜 열풍이 불고 있는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는 10년 넘게 10조원 이상 투자했지만 비중은 7%에 불과하다.
그린뉴딜이든 뭐든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타성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핀란드 정부조직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환경부 장관 정식 명칭은 환경에너지주택 장관이다. 핀란드는 환경에 국가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와 주택도 포함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비라는 환경 이슈는 에너지 및 건설과 분리할 수 없고 탈중앙과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이 있어 신재생에너지 40%가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그린뉴딜을 실행하려면 컨트롤타워인 정부조직부터 개편해야 한다. 이대로 대규모 투자를 기획하고 실행하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유관부처에 예산확보 싸움을 시작하라는 신호가 되고 고질적인 중복투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핀란드처럼 하기 어려우면 그린뉴딜 부총리직을 신설하길 바란다. 그린뉴딜 부총리는 해양수산부까지 포함한 관련 부처를 총괄하고 지자체 단체장과 의결기구를 만들어 명실상부한 그린뉴딜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이른바 그린균형뉴딜로 진짜 혁신을 이뤄내 코로나19 방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 모범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