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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건강한’ 국가균형발전, 가능한가 / 김사열

등록 2020-05-18 18:44수정 2020-05-19 02:40

김사열 ㅣ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총·균·쇠> 저작으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2018년 7월 일본 월간지 <보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간 격차가 가져올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민 가속화’, ‘테러리즘’과 함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바로 ‘신종 감염병의 확산’이었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는,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한 폐해를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다.

시야를 국내로 좁혀 봐도 격차의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 있고, 주요 기업 본사의 74%가 위치하고 있다. 이런 심각한 편중현상은 지역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저성장·양극화·저출산 문제와 맞물리면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지역격차가 정치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복지·문화·교육과 같은 생활격차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이는 다시 격차를 가속화시킨다. 수도권과 지역의 상태는 고도비만과 영양실조에 각각 비유될 수 있다.

영화 <기생충>, <설국열차> 속 봉준호 감독의 클리셰처럼 격차의 종착역은 괴리된 삶의 질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행복추구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태어난 청년은 수도권 출신에 비해 향유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가 부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적다. 청년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하지만, 이미 고도비만 상태인 수도권에서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예견한 격차의 말로 중 ‘이민 가속화’ 현상의 국내판이라 할 수 있다.

천문학적 주거비, 교통 체증, 공해 등 과밀의 부작용으로 가득한 수도권이지만, 청년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다. 더 잘 살기 위해 이주해 왔지만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으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거부한다.

국가균형발전은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과제다.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참여정부 이래 계속되어왔다. 사회자본(SOC)·공공기관 등의 균형적 배분에 초점을 두고, 중앙정부 주도로 균형발전정책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삶과 마음속에 섬세하게 다가가기에는 아직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의 실물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디지털 기반, 교육·보육 및 보건과 복지, 문화와 편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중심인 균형발전’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전국 어디서든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자리, 교육, 문화시설, 의료 서비스 및 복지 인프라 구축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국가균형발전’으로 크게 하나 되는 목소리가 절실하다. 그 길을 향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가 긴밀히 협력하고 노력해 나가길 제안한다. 그래야만 미래 세대가 사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역에서 인재가 나서, 자라고, 정착해 생활하면서 더 나은 삶의 터전을 그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선순환의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이 중심인 국가균형발전을 함께 현실화해보자. 결국 지역은 저체중을 벗어나고 수도권은 고도비만을 벗어나는 ‘건강한 정상 체중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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