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ㅣ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5월31일은 1996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바다의 날’이라고 한다. 국가기록원 누리집에 소개된 이 기념일의 제정 이유는 “해양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해양 개발의 중요성과 바다에 대한 국민의 인식 확산 등 해양사상을 고취하며 종사자의 자긍심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다. 국민이 확대해야 할 바다에 대한 인식과 고취해야 할 해양사상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보다 앞선 1995년에 일본이 국가공휴일로 바다의 날을 지정했다고 한다. 1994년 유엔 해양법이 발효되면서 세계가 해양자원 개발을 위한 경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미국, 일본 등이 바다의 날을 지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에서는 당시 유엔 해양법에서 담지 못했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제협약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각 국가의 관할권 밖, 즉 따로 주인이 없는 공해(公海)는 전체 바다의 60%가 넘는다. 오늘날 해양 환경이 안고 있는 문제는 기후변화, 플라스틱을 포함한 오염물질 유입, 서식처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 남획 및 불법 어업(IUU,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등 다양하다. 모든 문제가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의 영향인 것이다. 특히 불법 어업과 남획은 세계 수산 생산량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바꾸어온 주범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18년 보고서는 전세계 수산자원의 최대한으로 이용 가능한 수준(59.9%)과 남획(33.1%)이 차지하는 비중이 심각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에 매우 위협이 됨을 알리고 있다. 바다에서 잡는 어획량은 사실 1990년대 정점 이후로는 지속적인 하락세이고 수산관리의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 한 2050년에는 바다에서 잡아 식탁에 오를 생선은 한 마리도 없을 거라는 학계의 엄중한 경고가 있기도 했다. 조업국가의 어획량을 결정하는 수십개의 국제수산관리기구가 있으나 유엔식량농업기구 보고서만 보아도 이들 기구의 지속가능한 어업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어린 물고기까지 싹 쓸어 담는 남획과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이다.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외국에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개발 행위와 조업을 금지하는 ‘노테이크 존’을 포함한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효율적인 관리가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임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필자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단위의 해양보호구역 논의를 위해 접해온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는 대체로 냉담했다. 심지어 해양 관련 산업에 직접 이해 당사자도 아닌, 제대로 아는 것 없는 시민단체가 왜 참견하는지 하는 반응도 있었다. 바다의 날을 맞아 해양보호구역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필자는 무심코 찾아본 바다의 날 기념일 지정 배경과 이유에 황당함을 느꼈지만 그동안 경험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 이제야 다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우리 정부가 바다를 여전히 개척해야 할, 관련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사고의 틀을 전격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진정한 해양 보호의 길은 그저 요원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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