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환 ㅣ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안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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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게재(5월19일치 31면)됐던 월성원전 주변 지역 주민 할머니의 일기가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일반 국민들도 그렇게 믿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잘못 알려진 루머와 오해다.
할머니는 월성 1호기 핵연료봉 교체 과정에서 폐연료봉 다발이 떨어져 방사능이 유출됐고, 그 사건을 한수원이 감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연료가 낙하한 위치 주변 방사선 계측을 해보니 방사성물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고시에 보고 의무가 없어 보고하지 않았을 뿐 일부러 감춘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처럼 보고 대상이 아닌 사건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를 했다면 오해가 없었을 텐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러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다행히 이후 고시가 개정되면서 연료 낙하 사건은 보고 대상 사건으로 분류되었다.
갑상선암에 대한 오해도 있다. 원전 방사능이 갑상선암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2019년 8월14일 고리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개인소송 항소심 최종 판결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발생 원인과 기전이 복잡다기하고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인 요인,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갑상선암의 중요 원인이 방사능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또한 원전 주변 주민에게서 갑상선암 등 암환자가 많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원전이 있는 경주시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않는다.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의 차이는 지자체 간 최대 12배까지 발생하는데, 이는 시도별 갑상선암 검진율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주변의 공기, 토양 등 환경에 자연 방사성핵종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원전 주변 지역의 경우 일반인에 대한 법적 연간 선량한도인 1mSv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방사선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역 대학과 연계해 측정하고 있고, 그 결과를 주민설명회를 통하여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할머니는 일기에서 주민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했다. 일반 사람이 들으면 당장에라도 큰일 날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해서 인체에 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글에 언급된 삼중수소 평균 농도는 17.3㏃/ℓ, 일반인 선량한도(1mSv)의 0.06% 수준이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의 식수의 삼중수소 제한기준 740㏃/ℓ와 세계보건기구(WHO) 1만㏃/ℓ 기준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치다.
특히 유엔과학위원회(UNSCEAR)는 ‘100mSv 이하의 저선량에서 방사선의 발암 효과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삼중수소는 장기 노출 때 백혈병이나 암 유발 위험이 있다고 국제 논문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는 다르다.
근거 없는 소문들이 번지다 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만 가중되곤 한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 삶과 직결되어 있는 원자력발전 문제에 대해서만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과학은 과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한수원 직원들도, 자녀들을 포함한 그 가족들도 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다. 발전소 근처에 사는 것이 대한민국 그 어디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