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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마약 수사권’ 경찰에 맡겨야 하는 이유 / 박정춘

등록 2020-06-22 18:01수정 2020-06-23 02:38

박정춘 ㅣ 울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경감

경·검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법령에 담길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놓고 경·검 간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검찰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반면, 경찰은 범죄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마약 수사도 현행대로 검사가 직접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마약범죄는 범죄로 인한 수익의 환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직접수사의 범위인 경제범죄로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내 마약류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공조수사 시스템이 대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공급 차단 수사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검찰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18년 6월, 경·검 최고 책임자 간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살펴보면, 검사의 직접수사(특수사건) 범위에 ‘마약'은 없다. 개정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를 보더라도 ‘마약범죄'는 빠져 있다. 합의문과 법조문 어디에도 없다. 마약 수사가 세부 법령(대통령령)의 영역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 달리 확대해석의 여지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 난데없이, 마약범죄가 경제범죄 사건이니 중대범죄 사건이니 하며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견강부회와 다름없다.

검찰은 마약류 공급 차단을 위해선 국제 공조수사와 수사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마약범죄의 국제 공조수사는 대부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와 ‘세계관세기구’(WCO)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인터폴 의장국은 우리나라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종양씨가 의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 우리 경찰 영사가 파견 나가 있는 등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수사는 경찰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제마약회의를 주최하는 각국의 부처는 대부분 그 나라의 경찰이다. 회의에도 각국 경찰 대표가 참석한다. 검사가 회의에 참석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 스웨덴 그리고 아프리카 몇개국 정도다. 국제기구인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도 우리나라는 검사가 파견되어 있다. 각국 경찰 대표들도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 중 검사가 마약 수사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검찰은 마약류 국내 유입 차단 수사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무기로 관세청과 ‘마약류 관련 합동수사 업무협약'을 맺어 세관에서 적발되는 마약사범을 그대로 넘겨받아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아 공조수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업무협약을 빌미로 한 검사의 독점적 수사지휘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거래 행위나 다름없다.

이젠 검찰은 애초 합의대로 마약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경찰이 수사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마약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검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과도한 검찰 권한을 나누고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데 있다. 뒷걸음질 치는 검찰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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