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ㅣ 국토연구원 원장
지난 6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수도권 인구이동 통계는 국민들이 어렴풋이 체감하던 현실을 객관적 수치로 보여줬다. 2020년 들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는데 그 원인은 40대 이상이 수도권에서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더 많이 수도권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수도권 이주 이유 1순위는 직업, 2순위는 교육이었다.
통계청은 앞으로도 수도권 인구 집중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전망대로 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인구가 모이는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고, 젊은 인구가 빠지는 비수도권에서 인력 부족과 고령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출산율이 낮으므로 앞으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더 낮아질 것이다.
그럼 이번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인구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구밀도가 높아 코로나 감염 위험도 높은 수도권을 떠나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흐름이 대세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의료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이 생활비가 덜 드는 지방 이주를 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일자리가 다양하고 풍부한 수도권 이주가 촉진될 수도 있다. 건강과 안전이 훨씬 더 중시될 것이라는 점 외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일자리와 교육 기회, 삶의 질이 사람들의 이주 결정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통계청 발표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인구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화 이후 계속되던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이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5년 동안 처음으로 지방으로의 이동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바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시기다. 공공부문 이전 정책 효과가 소진된 2017년 이후 인구는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민간부문 일자리와 교육 영역에서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마침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공식 발표될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끌 적극적 재정 투자 사업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지향할 미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아니라 전국이 고루 발전하는 나라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은 균형발전을 지향해야 하며, 세부 내용도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사업이 아니라 비수도권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혁신 역량을 창출하는 사업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
예컨대 디지털 뉴딜을 이끌 인재 양성이나, 그린 뉴딜을 선도할 녹색 산업, 케이(K)방역을 이끌 바이오산업 육성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비수도권에 우선 투자돼야 한다. 한국형 뉴딜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력을 담보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곧 발표될 한국판 뉴딜이 헌법적 가치인 균형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