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 ㅣ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거제의 동백섬 지심도에서 섬 주민들이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목적으로 강제이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하자 거제시는 단전과 행정대집행, 여객선 운행 중단 등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거제시청에서 발행한 <지심도 소유권(부지) 이전에 따른 개발 방향과 지역주민 공존 방향 검토>란 자료집에도 기록돼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심도 선착장은 방파제가 없어서 입출항 시 위험천만하다. 그래서 정부가 120억원의 예산으로 방파제를 만들어 주려 했는데 최근 거제시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취소해 버렸다. 개인 사업장인 외도에는 127억원짜리 방파제를 만들어 준 거제시가 시민들이 살고 연간 20만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선착장의 방파제 공사를 취소해 버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거제시에서 먼저 신청했던 사업이니 더욱 그렇다. 강제이주를 압박하기 위한 공사 취소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수백년 된 동백나무가 섬의 70%를 뒤덮고 있는 지심도는 10만여평의 땅에서 38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작은 섬이지만 해마다 20만명이 찾는 경남의 대표적 관광 섬이다. 지심도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원주민들이 섬에서 쫓겨난 아픈 역사가 있다. 해방 이후 다시 정착해 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또 주민들을 쫓아낸다면 거제시가 일제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는가. 지심도 주민들은 지금껏 토지 소유권 없이 자기 섬에 세 들어 살아야 했다. 국방부가 일본 해군 소유로 되어 있던 지심도 땅을 승계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7년 거제시가 국방부로부터 지심도의 토지를 매입하자 주민들은 땅을 되돌려받을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약속했던 거제시는 토지를 되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주민들을 섬에서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삶의 터전인 섬 전부가 국립공원이다 보니 주민들 일부는 합법적인 농어촌 민박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무허가 식당 영업도 병행해 왔다.
주민들도 실정법을 일부 어긴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국방부 소유일 때는 묵인해 주던 거제시가 이제 와서 주민들을 범법자라 비난하며 단속하는 것은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섬에 남아 합법 영업을 하며 살아가길 원한다. 거제시는 국립공원이라 양성화가 어려우니 이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제시의 주장과는 달리 국립공원 내 식당 영업의 양성화는 가능하다. 국립공원 구역 ‘마을지구 지정’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마을지구 지정이 되면 국립공원에서 해제되지 않고도 합법적인 식당 영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립공원에서 해제되지 않고 마을지구 지정을 받아 활발히 살아가고 있는 섬들도 있다. 신안 영산도, 진도 관매도, 거제 내도 등이 그런 사례다. 마침 올해가 10년마다 돌아오는 국립공원 구역 조정 기간이다. 지심도 역시 마을지구 지정을 받으면 주민들은 합법적 영업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거제시는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더 이상 거짓 주장으로 주민들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거제시청 관계자는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지심도 소유권은 거제시에 있는데, 지금의 섬 주민들은 그 섬이 자신들의 섬이라고 여기는 듯한 게 문제다”라는 발언까지 했다. 수십년을 살아온 섬이 자기 섬이라는 생각이 무슨 문제인가. 거제시가 이런 오만한 생각으로 강제이주를 추진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거제시는 현재 환경부에 지심도를 ‘자연학습장’으로 지정하기 위한 공원 구역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최근 거제시의회에서 지심도에 대한 “민간 개발업자의 제안이 있었다. 민간 개발이 쉽도록 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답변을 한 것을 보면 민자를 유치해 지심도를 자연학습장으로 개발한 뒤 운영권을 개발업자에게 넘기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섬 주민들을 쫓아내고 민간업자에게 개발권을 주는 것이 과연 지심도를 거제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인가? 거제시는 지심도 주민 강제이주 개발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일제와 국방부에 강제수용당했던 토지 소유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