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철 ㅣ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명예교수·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경제가 불황을 보이자 그린뉴딜을 통하여 타개하려는 시도가 여러 나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필자는 보와 제방을 철거하여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생태계 복원사업이야말로 그린뉴딜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보와 댐, 제방의 철거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선진국에서는 하천생태계 복원의 핵심이었다. 하천의 어류는 대개 봄에 상류로 올라가 산란을 하고 겨울에는 깊은 월동장소를 찾아 하류로 이동하는데, 보와 댐은 이동을 차단하여 어류 서식에 장애를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 때문에 연어의 소상이 불가능하며, 바다에서 태어난 어린 은어가 하천 상류에 이르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어도를 만들어 주면 조금 보완이 되기는 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어도도 많고, 저수지에는 대부분 어도가 없으며, 있더라도 하류로 내려가는 어류는 어도를 찾지 못하여 기능이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연어가 소상하도록 보와 댐을 철거하는 것이 하천생태계 복원의 상징이 되어 있다.
보와 저수지는 대부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 하천에 만들어진 저수지는 1만7천여개이고, 보는 무려 3만4천개 이상이다. 면적당 밀도로 보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들 중 상당수가 철거 대상이라고 하니 수만개에 이를 수 있다. 보와 저수지가 철거 대상이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용수를 공급할 논이 감소하는 것이 첫째 요인이고, 둘째는 보 없이 취수할 수 있는 다양한 취수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농민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상유공관과 펌프를 이용한 취수 등 보가 없이 취수하는 사례가 많아져 상당수의 보가 이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으니 이들이 우선 철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제방철거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제방이 생태학적으로 좋지 않다고 비난받는 이유는 첫째 하천의 폭을 좁혀 직강화하고 서식지가 단순해져 동물 다양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육상의 많은 곤충과 동물은 물에 알을 낳고 물에서 먹이를 얻기도 하는데 제방이 동물의 횡적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비판은 제방으로 상류의 물을 빨리 배출하면 하류에서는 홍수 유량이 중첩되므로 홍수를 하류에 전가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넷째 이유는 생태학적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제방 건설의 경제성 자체가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상류 지역에서는 제방으로 얻어지는 토지가 적기 때문에 제방 건설과 유지 비용이 제방에 의한 홍수피해 저감액의 수십배 이상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은 생태계를 살리는 효과 외에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미래가치관은 인공구조물 하천보다는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심미적 만족감을 더 지향할 것이다. 자연이 살아 있는 하천은 삶의 질을 높이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와 지역민들에게 경제적 도움도 준다. 좋은 관광지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교통비 절약과 해외여행 대체효과 등으로 인하여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니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경제효과도 적지 않은 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와 댐, 제방을 만드는 데에만 주력하였으며, 생태학자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불필요한 시설물을 퇴출시키려는 노력은 없었다. 이제 그린뉴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100년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딛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