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욱 ㅣ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일반인은 자기 언동의 결과에 따른 책임을 등에 업은 채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를 받으면서 주권자를 대변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일반인들도 지키려 하는 결과책임을 외면하면서, 명백한 사실을 왜곡·날조하여 발표하는 행위는 의원 개인의 무지(과실) 또는 당리당략 차원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구태의연한 폐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1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해외의 탈원전’ 상황에 대한 팩트 체크를 둘러싼 여야 의원의 공방을 보며, 일본에서 30년 이상 이 문제를 지켜본 입장에서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일본은 상업로인 핵발전소(원전)는 지금까지 57기가 건설되어 후쿠시마 사고 전 3기가 폐쇄에 들어가 54기로 줄었는데, 사고 후 사고 발생 원자로와 강화된 규제(안전)기준 준수에 따른 비용 증가로 21기가 추가로 폐쇄되었다. 이후 신규제기준의 적합심사를 통과한 16기 중에 입지와 주변 기초·광역지자체의 동의를 획득하여 재가동한 것이 9기이다. 그런데 대테러설비(특정중대사고 등 대처시설)에 대한 설계변경공사 인가 후 5년 안에 완공하는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정지한 것이 5기로서, 결국 현재 4기만 가동되고 있다. 덧붙이면 가동 중인 4기도 대테러설비의 완공 지연 때문에 내년 봄에는 모두 정지된다.
둘째, 일본에서 신규 원전의 건설 계획도 후쿠시마 사고 후 새로이 거론된 적이 없다. 오히려 사고 전의 건설 계획조차 사고 직후 공식 철회한 전력회사도 있으며, 또 안전강화 대책 비용 부담과 전력 판매의 경쟁 격화로 전력회사는 사고 전의 건설 계획을 언급할 경제적 여유조차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일본 정부 역시 국민의 강력한 반대 여론 때문에 신규 원전에 관한 발언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통합당 인사들은 일본이 원전제로에서 확대 정책으로 바꿨다고도 하는데, 일본 정부는 원전제로를 공식적으로 확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셋째,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핵발전소의 비중을 최대한 줄인다는 것으로, 후쿠시마 사고 전(2010년)에 28.6%였던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에 20~22%로 낮춘 상태다. 이도 40년이라는 수명기간을 1회에 한해서 20년 연장하는 조처를 모든 원전(33기)에 적용해 재가동했을 때의 희망적인 수치이고, 현실적으로는 목표치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넷째, 통합당의 이채익 의원이 펼치는 다카하마 1·2호기와 도카이 제2원전 등 핵발전소 3기가 내년 하반기에 재가동될 예정이라는 주장도 불확실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테러설비가 완공되더라도 재가동에 관한 기초·광역지자체의 동의 획득이라는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앞에 말한 2기도 관련 회사(간사이전력)의 금품수수 사건과 중간저장시설 확보 문제(약속 위반)로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도카이 제2원전은 지금도 재가동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지자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무지 또는 어떤 정략적인 의도로 사실을 애써 왜곡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회의원 또는 정당이라면 반론의 존중과 함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성적인 대응일 것이다. 어떤 정책에 따른 정당 간 또는 의원 간 이견은 있을 수 있으나, 명백한 사실을 밝히는 지적조차 그저 ‘조작된 정보’ 또는 ‘몽니’로 호도하려는 비합리적인 반응은 올바른 정치인·정당의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