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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도보 트레일 국유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 권오상

등록 2020-07-29 18:35수정 2020-07-30 02:39

권오상|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현재 600개 이상의 걷는 길(산림청 2016년 기준, 이하 트레일)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에는 수많은 도보 트레일이 생겨났으며, 2010년 이후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제 이 많은 도보 트레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으로 트레일이 만들어졌지만, 트레일 유지·관리는 재정 형편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남겨졌다. 또한 대부분의 트레일은 사유지를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땅주인과 마을주민, 트레일 사용자 간에 갈등은 점점 늘고 있다. 땅주인은 쓰레기 무단 투기, 농특산물 절취에 시달리고, 지역주민은 트레일 방문객들의 소음과 비신사적 행위에 힘들어하고, 트레일 이용객들은 잦은 구간 변경이나 폐지로 골탕을 먹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트레일의 국유화를 제안한다. 이미 영국은 2000년대에 시작해, 16개 도보 트레일 약 4천㎞를 국가 트레일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국이 대단히 많은 예산을 쓰는 것도 아니다. 트레일 하나당 약 5억원 미만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마다 자원봉사자 조직을 활용하여 트레일의 유지·관리를 해내고 있다. 영국이 국가 트레일을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낙후된 농촌과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미국에서도 연방정부가 미국국립공원서비스(NPS)와 산림청이 주체가 되어 대부분의 국가 트레일을 유지·관리하고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경우 3480㎞의 도보 트레일로, 1968년 ‘국가 트레일법’을 통과시켜 1.6㎞당 약 15만평 넓이로 토지를 사들여 국유화하였다. 토지 소유주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1978년 시작하여 1984년에 토지 매입을 완료하였다. 기존의 토지 소유자와 갈등을 줄이기 위해 토지 매입 이후에도 농사나 목축 등의 목적으로 토지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는 등, 유연성 있는 정책으로 트레일 토지 매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0년 경북 3개군(청송, 영양, 봉화)과 강원도 영월군에 걸쳐 트레일 ‘외씨버선길’ 240㎞가 단계별로 조성됐다. 지난 10년 동안 방문객은 연간 약 80만명 이상(방문객 자동 카운터기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4개군에서 평균 10만원을 썼다. 연간 약 800억원을 소비한 셈이다.

지난 6월 외씨버선길 방문객인 ‘길벗’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4%의 방문객이 트레일 토지의 국가 매입을 찬성했다. 유지·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80%에 달했다. 우리도 트레일 사용 토지를 국가가 매입해 자연환경도 보존하고 농어촌과 도시지역의 경관과 역사를 보호한다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의 건강도 지키며 10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경관과 모습의 트레일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국토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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