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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올여름 기상청 오보 논란에 대하여 / 김해동

등록 2020-08-17 16:11수정 2020-08-18 02:40

중부지역 장마가 49일째 이어졌던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위로 먹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지역 장마가 49일째 이어졌던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위로 먹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동 ㅣ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한·중·일 3개국이 위치한 동아시아의 2020년 여름기후를 특징짓는 핵심어는 시베리아 열파다. 편서풍 파동 북쪽에 있는 북극권의 찬 공기덩어리가 시베리아 열파의 확장으로 수축되었다. 그 영향으로 북극권 찬 공기가 베링해에서 우리나라를 지나 일본 열도까지 내려왔다. 이 찬 공기가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장마전선이 남쪽 먼 해상에 머물러 있던 7월에는 장마전선의 서쪽에서 자주 전선파동을 일으켜서 온대저기압을 만들었고, 그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며 강한 비를 내렸다. 8월이 되어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북상하여 북쪽 찬 공기 세력과 팽팽하게 대치하면서 그 경계에 위치한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갔다. 두 공기 세력이 강하게 대치하는 만큼 대만 앞바다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서 장마전선으로 강하게 유입되어온 수증기가 좁은 전선대에서 강한 비구름을 만들어 역대급 폭우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장마전선대를 따라서 형성되는 강수대는 남북 방향으로 100㎞ 내외로 좁아서 수치모델로 충분한 해상도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올해 8월의 전선대는 그보다 훨씬 좁았고 구름발달은 강력하였다.

장마전선대에서 내리는 강수예보의 경우 전선대의 이동과 대체적인 강수량은 수치예보를 기반으로 24시간 단기예보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집중호우가 내릴 때 그것의 시각, 장소, 양에 대한 정보는 현상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되어야 파악할 수 있다. 위성, 레이더 자료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속보로 전달되는 기상재난정보다. 최근 사람들이 기상청 정보를 불신하여 노르웨이 등 외국 기상청 정보를 이용한다는 언론 보도로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수치모델이 산출하는 24시간 단기예보이지 긴급재난정보인 초단기 기상정보가 아니다. 그런 정보로 기상재난에 대처할 수 없고, 그런 소동에 언론이 부화뇌동한 건 창피한 일이다.

금년도 여름철 폭우에 대한 기상청 예보를 평가하려면 단기예보와 초단기예보 부문으로 나눠서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렇게 검토해보면 올해 여름 기상청 예보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장마의 북상과 남하를 비교적 잘 예보하였고, 초단기 기상재난정보도 대과가 없었다.

기상청은 금년도 여름 기후전망에서 북쪽에 찬 공기 세력이 강하고 남쪽 해상의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의 발달은 늦어져서 장마의 시작과 끝이 평년 대비 5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장마가 끝나는 7월 말부터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북상하고 티베트 고기압과 중국 내륙에서 만들어지는 고온의 공기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서 고온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기상청의 2020년도 여름 전망은 7월 말까지는 대체로 적중했지만 8월부터의 기후전망에서 틀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기상청이 동아시아 상공을 지배한 찬 공기 세력이 7월 말 정도면 해소될 것으로 오판한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까지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오늘날의 기후학 지식 수준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일본과 중국 기상청도 이런 현상을 전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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