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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인명피해 심각한 산사태, 막을 방법 있다 / 변재일

등록 2020-08-19 17:40수정 2020-08-20 02:40

변재일 ㅣ 국회의원·(사)국회물포럼 회장

최근 집중호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사망자 37명 중 19명이 산사태로 숨졌다고 한다. 즉, 침수나 급류 사고보다도 산사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처럼 나무나 땅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면 재빨리 대피하라는 식의 사후대처 방법을 넘어 산사태를 막거나 산사태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겨울과 봄철에는 가뭄이 찾아오고, 바싹 마른 산은 화마에 휩싸이기 일쑤이며 그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도 속출할 텐데, 자연현상 탓만 하며 속수무책 발만 구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산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제대로 하면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 면적이 전 국토의 64%이고 경사가 급한데,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산에 내린 빗물이 엄청난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내려온다. 그런데 지금껏 산지의 물관리는 빨리 빗물을 내려버리는 쪽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물이 빠른 속도와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내려가면서 토양침식을 일으키며 거대한 산사태를 발생시켜 대피할 틈도 없이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원인을 이해하면 대책 마련도 가능하다. 방법은 산에서 내려가는 빗물의 양과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는 간벌한 나무를 산속 여기저기에 모아놓고 있는데, 간벌할 때부터 나무를 길게 자르고 이를 주위의 나뭇가지와 함께 모아서 산속 높은 곳부터 시작하여 낮은 곳까지 곳곳의 작은 계곡과 경사면에 작은 나무 댐을 쌓거나 물웅덩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계곡의 최상류부터 작은 규모의 댐을 자연과 어울리게 많이 만들면 집중호우가 발생해도 산 밑으로 내려가는 빗물의 양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빗물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산사태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슬로바키아에서 18개월 동안에 2억5천만톤의 빗물을 저장하는 나무 댐 등을 만들어 상습 산사태와 가뭄을 줄이고 생태계를 복원시킨 사례가 있다. 지역주민의 일거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과 고용 촉진을 끌어내는 정책을 말한다. 그렇다면 산지에 소형의 나무 댐 등을 만드는 일은 산사태는 물론 산불도 예방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며 지역주민의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그야말로 ‘그린뉴딜’이 아닐까?

2019년 6월부터 시행 중인 물관리기본법에는 빗물을 포함한 모든 물의 유역 차원의 관리가, 녹색성장법에는 적극적인 빗물관리가 필요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산 밑으로 내려온 하천의 물을 관리하는 소극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산지에서부터 빗물을 관리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때가 됐다.

‘치산치수’(治山治水)에서 ‘치산’이 우선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라도 치산을 제대로 시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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