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라임펀드 판매사,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수용해야 / 박선아

등록 2020-08-24 17:58수정 2020-08-25 02:10

박선아 ㅣ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디엘에스(DLS), 디엘에프(DLF),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팝펀딩, 라임, 그리고 옵티머스.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이름이다. 그중 라임펀드는 환매 연기된 금액이 1조6700억원, 피해자 수는 4600명에 이른다. 자산 운용사의 약탈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 은행과 증권사가 가세하여 초래된 대형 금융사기극이다.

사모펀드 사태는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했던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다.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11개의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투자제안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거나 이를 알았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였다. 투자 경험이 없는 고객들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기재하거나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하여 원금을 보전해준다는 미끼로 유인하였다. 명백한 사기영업이고 수수료 장사에 혈안이 된 금융사들의 자화상이다. 사실상 자산운용사들의 기망행위에 공모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고, 적어도 고객에게 금융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여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법을 개정하여 금융사가 투자자 성격을 허위로 기재하여 적격투자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에는 무효인 계약으로 해석하거나 소비자가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시점에서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기능을 회복하여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환매 연기를 선언한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가 피해를 보전해야 한다. 고객들은 오로지 은행과 증권사를 믿고 ‘부동산 떴다방’보다도 못한 운용사의 상품을 구매하였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기들도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감독기구에서 사기판매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해서 착오에 의한 계약의 취소 법리를 적용하여 원금을 반환받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소비자는 이미 투자원금의 98%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나 허위·부실 투자제안서임을 알았다면 사모펀드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계약의 중요 부분이 판매사들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투자자에게 설명되거나 은폐되어 합리적 투자 판단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다행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하여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판매사에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이윤 추구에 치우친 금융정책의 무게중심을 소비자 보호 관점으로 이동시키는 선진적 결정이다. 판매사들은 이제라도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포용적 금융정책에 동참하여야 한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수용하고 투자원금을 즉시 반환하여 피해자들을 두번 울리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