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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살아 숨 쉬는 일학습병행법을 기대하며 / 김동만

등록 2020-09-02 17:53수정 2020-09-03 02:38

김동만 ㅣ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1970년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공들의 일터 환경과 근로여건은 열악했다. 평균 연령이 15살에 불과한 여공들은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하며 한달에 고작 2번밖에 못 쉬는 것이 현실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있었으나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당시 재단사로 일했던 22살의 청년 전태일은 1일 근무시간 12시간 이내, 매주 일요일 휴일, 건강진단 실시, 수당 현실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법에 근거한 최소한의 요구였으나 끝끝내 책임 있는 기관에 닿지 못했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라 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에 저항했다. 그의 희생은 근로기준법이 우리의 삶에 살아 숨 쉬는 법이 되도록 하는 촉발제가 됐다. 법이 온전히 작동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안타까운 역사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제정된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8월28일 시행됐다. ‘일학습병행’은 독일과 스위스 등 기술 강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터기반 학습(work based learning)을 한국 현실에 맞게 도입한 현장기반 기업맞춤형 인재양성 제도로, 이 법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2014년 도입 이래 9만8천여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했고, 참여기업도 1만6천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습근로자 안전보호 미흡, 일학습병행 자격의 국가자격 미인정 등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법적 근거 미비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법적 근거가 지난해 마련됐고, 시행을 앞둔 1년간 하위 법령에 위임된 사항을 구체화했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은 학습기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으며, 야간·휴일 현장훈련도 제한해 학습근로자 보호에 힘을 실었다. 학습근로자가 소정의 과정 이수 뒤 내·외부 평가에 합격하면 국가자격인 ‘일학습병행 자격’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참여기업에는 훈련비, 숙식비, 훈련장려금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능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기업현장교사로 지정해 기업 주도로 현장훈련이 이뤄지도록 했다.

산업현장의 일학습병행 운영을 위한 근거 법은 그 시행에 발맞춰 더욱 단단해졌다. 기업과 학습근로자 간 책임과 권리·보호 내용이 뚜렷해졌고, 국가자격인 일학습병행 자격에 대한 법률상 근거도 마련됐다. 이제 일학습병행이 우리 곁에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기업, 훈련기관,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실천만이 남았다. 공단도 일학습병행법 연착륙을 위해 최일선에서 학습근로자 안전보호,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자 위상 제고에 힘쓸 것이다. 법 시행으로 일학습병행이 산업현장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중소기업 인재 양성과 청년일자리 문제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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