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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파업’ 아닌 ‘불법’ 의료거부 행위 / 김종진

등록 2020-09-09 15:23수정 2020-09-10 02:38

김종진 ㅣ 유니온센터 이사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9월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를 했다.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의 중재로 파국(?)은 막은 듯하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을 지켜본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몇 가지 느낀 바가 있다. 대부분 부유한 중상류층에서 성장하고, 사교육을 통해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수련과정을 거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확인한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 전공의 약 1만6000명에게 묻고 싶다. 의사의 직업적 소명의식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고, 우리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시점에서 병원 밖으로 나가야 할 명분은 무엇인가. 전공의 집단이 제기한 정부 정책이 미흡하고, 소통 부족이나 보완이 필요한 것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편이기도 하다. 특히 의료시스템의 인적·물적 자원 확충과 제도개선은 의료공공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방향이다.

둘째, 전공의 집단휴진은 ‘불법 의료거부 행위’다. 초기 의사협회와 일부 언론들은 ‘20년 만의 파업’, ‘전공의 파업 시작’ 등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파업 주체는 노동조합만이 가능하다. 파업도 절차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합원 찬반투표와 노동위원회 조정·중재 과정을 거쳐야 파업이 가능하다. 현행 법률은 환자의 생명·안전을 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는 파업에도 필수인력을 남겨두도록 하고 있다. 전공의 단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그러니 파업도 아니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았으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전공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공정성 아닌가.

셋째, 병원의 방임과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지지는 ‘동료애’인가. 진료거부 행위에 전임의 동참, 의대 교수 지지 그리고 의대생의 국가시험 거부 행태는 어떻게 봐야 하나. 과거 로스쿨 도입 당시 법대 교수와 법대생 그리고 변협까지 똘똘 뭉친 모습과 흡사하다. 솔직해지자. 두 집단 모두 노동시장의 공급 확대로 생길 수 있는 경제적 불이익 때문 아니던가. 한 학자는 이를 두고 “사회적 지위가 공고한 집단 이기주의를 내세워 국가는 물론 국민을 상대로 총칼을 들이댄 것”이라고 표현했다. 직종별 노동시장이 완고히 형성된 의사집단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는 병원노동자들이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주위 몇몇 간호사 선생님들께 여쭈어보니 감염병실에서 3개월 일하다 보면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다고 한다. 초기에는 인공호흡기 작동 방법부터 익혀야 하는 곳도 있었다. 코로나19 시기 의료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병원노동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고마움의 표시를 해야 한다. 고마움은 제도적 개선부터 구체적인 지원까지 정부의 몫이다. 특히 공공병원의 투자와 확대는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더 절실함이 확인되었다.

최근 독일은 의대 입학 정원의 50% 확대를 발표했다. 게다가 매년 의대 졸업생의 10%가 지방에서 일하도록 하는 ‘농촌지역 의사 할당제’를 주마다 확대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 경험이 반면교사가 된 듯하다. 우리는 어떠한가. 또다시 집단휴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불평등에는 관심조차 없고, 자기네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전교 1등’의 행태에 우리 사회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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