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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소득보험 전환이 K-뉴딜이다 / 이명호

등록 2020-09-14 17:42수정 2020-09-15 02:40

이명호 ㅣ (재)여시재 기획위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할 시기에 다다랐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로 전국민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의 절박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사회보장제도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산업화 시대, 제조업 대량 고용의 시대에는 ‘고용’의 측면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노동자 단결권과 고용보험이라는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했으나, ‘고용’의 측면에서 마련된 제도가 오히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놓인 직장의 불안전성을 높이고, 고소득자를 과잉보호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이 아닌 ‘소득’의 측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재구축해야 한다. 경제활동과 혁신을 촉진하고,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서 소득보험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득보험의 가입 조건은 ‘고용’이 아닌 경제활동에 따른 ‘소득’(원칙적으로 자본소득은 제외하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한정)의 발생이 된다. 모든 소득이 발생하는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자는 소득보험에 가입하게 된다(이로써 정년 제한이 사라진다). 이는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모순적인(고용이 아닌데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혼란도 피할 수 있다.

둘째, 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 내기 때문에 기업(사용자)의 분담금은 없어지게 된다. 분담금에 해당하는 금액과 자영업자 가입에 따른 보험료 부족분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올려 일부를 사회보장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기업체로서는 ‘고용’에 따른 의무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고용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 소득보험의 혜택 대상은 소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퇴사, 재교육, 창업 준비, 소득이 급격하게 줄어든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낸 조건과 보험료(기여금)의 액수에 비례해 ‘소득’의 일부를 보전받게 된다. 물론 도덕적 해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넷째는 보험 관리의 간편화와 통합이다. 1년에 ‘고용’된 자의 반이 직장을 옮긴다. 자격 상실과 취득이라는 이중의 자격변동 행정업무 비용이 기업과 보험공단 모두에서 발생한다. 소득보험료 징수와 관리 업무를 국세청에서 대행하면 더 정확하고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개인계좌 방식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이 제안될 수 있다. 기업에도 관리비용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다.

다섯째, 소득보험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과잉 보호되고 있는 고소득 직장인의 소득보험 기여금은 저소득 불안정 직업 종사자들의 생활 안정과 재교육 및 자기계발에 도움을 주게 된다. 또한 소득 감소와 실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에 나서지 못하는 정규직들이 혁신적인 경제활동에 나서도록 하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여섯째, 소득보험은 ‘소득’이라는 측면에서 사회보장 시스템을 재편하고 궁극적으로 기본소득이 가능한 사회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동시간 감소, 일자리 나누기, 증세와 사회보장 지출 확대에 의한 소득 재분배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소득보험제도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디지털이라는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해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함께 사회보장 관리체계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전국민 소득보험이다. 소득보험으로 전환이 케이(K)-뉴딜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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