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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스가 요시히데 차기 일본 총리에 바란다 / 이장희

등록 2020-09-14 17:42수정 2020-09-15 02:39

이장희 ㅣ 한국외대 명예교수·역사NGO포럼 이사장

지난 8월28일 일본 아베 총리가 지병으로 사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6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된다. 2012년 12월 재임한 아베 총리의 지난 8년간 임기 중 한-일 관계는 식민지 역사 청산과 군사대국주의에 매몰된 그의 국수주의적, 냉전적 외교정책 때문에 큰 퇴행을 겪었다. 그는 전임자인 고노 총리의 1993년 최초 위안부 강제성 인정 그리고 무라야마 총리의 1995년 식민지 강점과 침략의 인정으로 힘들게 쌓아온 한-일 식민지 청산 업적을 모두 뒤엎어버렸다. 그의 재임 중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변하였다. 최근에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한국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피해자 손을 들어주자, 그는 전범기업을 선동해 주한 일본 전범기업의 범죄성 및 불법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집행을 방해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집행에 강한 불만을 품고 2019년 7월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미흡을 이유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 존중과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대응을 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한일 당국 간 외교적 대화는 두절되고, 그나마 수십년간 한-일 관계에 쌓아온 성과와 자산도 모두 퇴행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에 기초해 군사대국주의를 추구하면서 “전수방위”만을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켜버렸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 체제를 개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헌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중의원을 통과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는 내각 내 불법적인 평화헌법해석특위를 만들어 변칙적으로 자위대 해외 파병 등 군사대국주의적 조치를 단행했다. 그의 내각 고노 국방상도 한반도 유사시 대응은 한국의 양해 없이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아직도 강하게 하고 있다. 스가 차기 총리 후보도 9월8일 총리 후보 소견 발표회에서 평화헌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스가 일본 차기 총리도 당분간은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한-일 역사 화해와 군사대국주의에 대해서 한-일 관계 기조를 위기 상황 관리형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식민 지배의 합법적 산물이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 최종 종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 차기 총리는 자신들의 근본적 논리 변경이 어려울 것이다. 또 외교안보 정책에서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아베 정책을 계승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자위대가 미-일 동맹에 기초한 군사작전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한반도 진입을 시도하는 군사패권주의적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차기 총리는 단기적으로 일본 국내 정치 사정으로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일 역사 화해, 동아시아 평화, 국제법과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공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한국 대법원 판결, 이에 상응한 전범기업 현금화 조치인 법적 절차를 존중하는 정치적 용단을 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서 전수방위를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의 정신에 충실해줄 것을 기대한다. 또 스가 총리가 일본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독일의 철저한 과거청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정중하게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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