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ㅣ 전 제15대 대통령선거 김대중대통령후보 조직담당 보좌역·민주화운동 관련자
김대중 대통령 아들인 이복형제들이 동교동 사저와 노벨평화상 상금을 놓고 법정싸움으로까지 가는 등 세간에 회자가 되었다. 참으로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누가 옳고 그르다는 데는 관심이 없을 성싶다.
김 대통령 내외가 살았던 동교동 사저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암울했던 군사 권위주의 시대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들락거렸다. 사저에 이르는 골목길 사방에 마련된 정보기관 감시초소에서는 일일이 출입자를 체크했다. 필자도 번번이 검문을 당했다. 많은 외신기자들이 군부정권의 숙적인 김대중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여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일본에서 납치되어 현해탄 바다에 수장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생환하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곳 역시 동교동 사저였다. 5·18 광주항쟁 발발 직후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군에 의해 무참히 끌려나갔던 곳도 동교동 사저다.
세월은 무상하여 이제 그 집 주인은 모두 타계하고 아들들의 차지가 된 형국이 되었다. 감정가 32억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동교동 사저는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민주주의 성지다. 김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영예가 말해주듯이 세계가 공인하는 한국 민주주의 화신이다. 아들 간의 재산 싸움을 즉각 멈추고 동교동 사저를 사회에 환원하여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명실상부한 민주주의의 성지로 남게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된 3남 홍걸의 부동산 투기와 재산증식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다주택자인 그는 지난 4·15 국회의원 선거 때의 아파트 분양권 등의 재산 신고가 실제와 다른 것이 드러났다. 비례의원이 되기 위한 서류에 신고해야 할 재산이 누락된 것이다. 그는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그를 제명 처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국회의원직은 무소속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례 공천을 준 당으로부터 쫓겨난 것으로 그의 정치생명은 치명적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24살에 40대 기수론의 기치를 들고 등장한 김대중과 연을 맺었다. 당시 김대중은 ‘한국판 케네디’로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김대중과 정치노선을 같이한다는 자체가 가시밭길이었다. 역대 군사정권으로부터 온갖 핍박을 감수해야 했다. 빨갱이로 취급받기도 했다. 많은 민주인사들이 야만적인 탄압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김대중 동지’와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우리들의 반독재 투쟁은 사사로움에 있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질곡의 세월을 견뎌내어 마침내 민주화 세상을 맞았던 것이다.
정치인이 돈맛을 아는 순간 어떤 정치인이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정상배일 뿐이다. 정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투철한 사상과 철학이 있는 사람들만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김홍걸 의원은 당장 금배지를 국민에게 반납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김대중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