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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공유경제 활성화의 숨은 뜻 / 고기석

등록 2020-09-21 18:13수정 2020-09-22 02:38

고기석 ㅣ 에어비앤비 코리아 정책부문 책임자

최근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공유숙박이다. 올 상반기에만 무려 다섯차례 이상 공유숙박 규제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맥락은 이렇다. “숙박공유 등 핵심규제 혁신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2월17일),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혁신”(4월29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영세기업의 비용 절감”(5월21일). 지난해 1월에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공유숙박 제도 도입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를 보면, 현재 전세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는 ‘혁신산업’을 국내에서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의 한계가 보이자, 정부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공유경제, 그중에서도 ‘공유숙박’을 주요 산업으로 꼽았다. 이같은 정부의 시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공유경제라는 단어는 최근 등장한 혁신적 신산업 분야를 지칭하는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을 묘사할 때 누군가는 남는 자원을 활용하는 특징에 주목하여 ‘공유경제 기업’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개개인이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특징에 주목하여 ‘플랫폼 기업’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에 주목한다면 ‘온디맨드 기업’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투오(O2O) 기업이라 할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다양한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어떤 이름으로든 불릴 수 있다.

그런데 공유숙박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현장 전문가들을 만나다 보면, ‘남는 무언가를 나눈다’는 ‘공유경제’의 한 측면에만 집중해 그 의미에 정책을 끼워 맞추려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같은 좁은 의미에 매몰될 경우 공유숙박은 그저 취미로 하는, 산업화되기에는 미약한 형태로 남을 수밖에 없고 정부의 정책적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세상과 공명하는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의 선순환을 일으킨다. 최근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연구를 보면, 에어비앤비가 지난해까지 만들어낸 일자리가 5만4800개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19억1000만달러(약 2조2644억원)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젊은이들이나 은퇴한 시니어들은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유니크한 디자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의 전통 산업에서 찾을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을 만들어내며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해내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새로운 산업의 도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이미 에어비앤비로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단순히 ‘공유’라는 이름에 얽매여 탁상공론을 벌일 때, 다른 나라들은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혁신기업들을 빠르게 배출하며 저 멀리 앞서 달리고 있다. 이제 ‘공유’라는 단어에만 집착하며 그 의미를 좁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정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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