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동 ㅣ 금산 신대초등학교 교사
한창 무상급식이 교육계의 큰 이슈가 되었을 때 경제관료들 대부분은 반대편에 섰다. 무상급식이 주는 편익보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예산을 다른 곳에 쓰지 못함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무상급식 관련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지 오래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정부 차원에서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무상급식의 반대 근거가 되었던 기회비용 개념이 입장이 바뀌어 긴급재난지원금 추진을 위한 찬성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 쓰인 재정으로 기회비용을 넘어선 편익이 발생할 것을 예측한 것이며, 국가의 부를 증가시켜줄 것으로 확신한 것이다.
교육투자로 인한 편익 역시 즉시 나타나지 않으나, 오랜 기간 지속 증대된다. 교육투자는 소득 불평등 완화를 통한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하므로 사회적 기회비용을 낮춰준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함을 깨달은 유럽 국가들은 19세기 말부터 무상교육 등 공교육 확충에 힘썼다. 경제적 논리에 따를 때 교육투자, 즉 사람에 대한 투자는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한 최선의 대안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과밀 학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껏 과밀 학급을 조장·확대해온 장본인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수정된 교원 수급 계획이 실행된다면 과밀 학급 해소는 더욱 요원해진다. 현실의 엄중함에도 교육지도자들의 일정은 쉴 틈이 없다.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치적 홍보에 열중이다. 다른 한편에선 교사들이 학생들로 빼곡한 교실에서 수업과 방역과 생활지도에 열중이다. 모순된 풍경 아닌가.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현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핵심 역량과 대부분 일치한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을 기르기 위해 과밀 학급이 해소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이 중한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핵심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니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학교 공간 혁신? 학교시설 복합화?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건 그러한 시설토목공사가 아닌 좀 더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서 9년 연속 2점대 과락 점수를 받은 대한민국 교육이 개조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바라는 것이다. 교육투자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제대로 세워지길 바라는 것이다.
오랜 교육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경제관료들도 내심 올곧은 교육철학과 비전을 품은 제대로 된 교육자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경제부처가 먼저 “우리는 언제든 교육에 투자할 준비가 되었으니 교육당국은 대한민국의 부를 증대시켜줄 근본적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하루빨리 내보이시오”라고 말한다면 반전이겠으나 교육계로선 부끄러운 상황일 것이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관행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 교육개혁을 위한 교육투자 목록을 다시금 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