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식 ㅣ 한림대 글로벌융합대학 정보법과학 교수
검사에게 권한이 집중된 왜곡된 형사사법 구조의 개혁이 본격화되고 있고 국민적 기대도 크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등 진행 상황은 경찰 수사 독립성 보장, 직접수사 범위 축소 등 검찰개혁의 주된 내용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범죄수사에 관한 국외 문헌을 접하면 검찰의 본질은 정부의 변호사라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사기관이 수사한 결과에 대해 정부의 대리인으로 공소를 제기하고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도록 변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본래 검사의 역할인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과 검찰의 관계는 피고와 변호인의 그것처럼 기본적으로 협력관계인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근 검찰청법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서 6대 범죄로 불리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사실상 사회권력적인 요소가 있는 중요범죄를 모두 포함한 것은 검찰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예외적인 검찰 직접수사를 정했다기보다는 수사기관을 서열화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존 논의에 없던 마약범죄와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범죄를 포함시킨 것은 검찰을 과학기술이나 국제 협력 등 조직적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거대 수사기관으로 존치시키겠다는 선언에 다름이 없다.
국제적인 사이버범죄와 관련된 실무와 학술적인 논의에 오래 참여한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특히 유감이다. 사이버범죄는 대단히 기술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위협으로 진화하는 범죄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지닌 복잡한 영역이다. 세계는 수사기관이 충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표준적인 훈련 방법과 조직 구조를 개발하고 국제공조와 정보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법제도와 기술적인 협력 체계를 함께 구축해가고 있다. 이러한 수사기관 네트워크는 기술 영역에서 정보보안사고대응(IR) 체계와 더불어 사이버범죄 대응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에 대응한 수사기관 네트워크는 인터폴과 유로폴 등 기존의 국제경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각국의 전담 사이버경찰의 협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사이버경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범죄 수사기관 회의인 ‘국제 사이버범죄 대응 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는 등 사이버범죄 대응 네트워크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이버 수사기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천명에 이르는 전문인력 채용 및 교육훈련 체계와 사이버범죄 예방부터 수사까지 가장 진화된 형태의 조직 구조를 갖추고, 많은 개발도상국에 사이버치안 역량을 전수하고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주요한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 권한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기존에 사실상 대부분의 주요 사이버범죄를 경찰이 수사했던 것에 비추어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제공조 네트워크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경찰의 주요 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취약점 및 위협 정보분석, 연속성 있는 범죄세력에 대한 대응 역량을 훼손하는 결과에 이르도록 할 것이다.
정보통신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사이버범죄 대응 관련 국가적 체계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아무쪼록 권력기관 개혁이 본래의 목적을 지향하며 국가적인 기능이 가져야 할 전략적인 목표와 효과, 효율성 등을 반영하는 제대로 된 논의 결과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