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훈 ㅣ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지난 9월11일 국토교통부가 주택 임대차와 관련해 ‘갱신거절 사유가 없는 기존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한 뒤에 기존 임대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매수인은 본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수 없다’는 명쾌한 법 해석을 내놓았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주택의 ‘매매’를 계약 갱신거절 사유로 하지 않고 있어 이러한 해석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달 18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일부 임대인들의 불만을 반영해 “임대차의 목적이 된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양수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계약 갱신거절 사유에 추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법안은 임대인이 주택 매도 거래의 상대방으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선택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 즉, 계속 임대할 사람에게 매도하느냐, 실거주할 사람에게 매도하느냐를 임대인이 선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임대인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계약갱신 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한 지난 7월 말 법 개정의 취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이다.
둘째,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제도가 도입된 새로운 임대차 관계에서는 매매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수하려는 사람이라면 임차인의 갱신요구 여부, 또는 갱신요구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주택의 매수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매수인은 주택임대차 만료 6개월 전에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자신의 실거주 사유로 갱신거절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매수할 수도 있다. 반면 임차인은 그곳에서 살든지 이사를 나가야 하므로 선택지가 적다. 누구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겠는가? 주택 임차인이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전에 먼저 갱신요구를 했다면 그 임차인을 보호하는 게 옳다.
셋째, 이런 법 개정이 되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생기는 시세 차익의 규모를 생각할 때 임대인이나 매수인은 임차인을 내보내고 얻을 이익이 손해배상액보다 훨씬 더 크다고 느껴 거짓말을 할 유인을 갖게 된다. 즉 매수인이 실거주를 가장해 입주하는 척하고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일을 막을 수가 없다. 실제 참여연대에는 실거주를 내세웠지만 허위 갱신거절이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접수되었다.
넷째, 위 법안이 마치 매매계약을 이행 중인 양수인이 주택 소유권 취득 전에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법률 문안을 만들었는데(안 제6조의3 제5항) 임대인이 아닌 자가 타인 간의 계약관계에 끼어들어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임대인이 주택을 매매한다고 하여 계약갱신 요구를 한 임차인의 권리를 부인하는 형태로 주택임대차 관련 법률을 운영하는 것은 모처럼 도입한 계약갱신 요구권 제도의 취지를 크게 저해할 것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횟수를 더 늘려 임차인의 거주 안정과 사회 안정을 꾀하는 방향이 아니라 주택임대차 계약갱신 제도를 거꾸로 퇴행시키는 법률 개정안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