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과 부교수·브뤼셀 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문화예술 저작권 분야에서 반년째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하는 문화콘텐츠보다 수출하는 콘텐츠가 더 많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지속적인 성공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오래 기억될 역사적인 순간이다. 박찬욱, 이창동과 같은 감독들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왜 세계 다른 나라들이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것일까? 수천만명의 팬들이 왜 동아시아 이웃나라의 팝이 아닌 ‘다이너마이트’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에 춤추며 열광하는 것일까? 왜 한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불평등이라는 소재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배출한 비슷한 영화는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 문화는 이제 한 분야의 성공이 다른 분야의 성공을 야기하는 매직 서클(magic circle), 즉 선순환에 접어든 것이다. 한국 문화는 ‘쿨함’과 ‘선망’의 아이콘이 되었고, 이제 문화소비를 선도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케이팝(K-pop), 한국 영화와 드라마, 문학의 수준이 한류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 전보다 더 향상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한국 문화가 달리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세계 사람들이 보고 듣고 읽고 싶어 하는 고품질 제품과 일맥상통한다. 한국 문화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케이팝을 듣고 즐긴 사람은 같은 가수의 다른 노래를 찾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곤 아마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찾을 것이다. 또 점차 다른 분류의 한국 문화를 찾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방탄소년단 ‘아미’ 팬들이 내일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는 독자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은 한국의 문화를 자신이 소비하고 싶은 양질의 콘텐츠와 결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그 문화 제품에 내포되어 있는 스토리를 따르고 싶어 하는 그런 문화콘텐츠 말이다.
이러한 선순환은 현재와 미래의 한국 예술가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을 제공해준다. 무엇보다 문화적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과거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그리고 미국인들은 한국 영화를 보거나 웹툰을 읽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한국 문화를 대하는 잠재적 소비자의 마인드는 더 넓어졌고 그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기꺼이 반길 것이다.
또한 한국 예술가들은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닌 개개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미’와 ‘블링크스’가 있고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을 따르는 팔로어들, 한강 작가 등의 열렬한 독자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 예술가인 동시에 개인적인 인지도를 지닌다. 한국인 국적은 한국 문화의 광범위한 매력의 일부―다른 한국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된다. 동시에 이들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개인 인지도도 이미 얻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특정 장르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하지 말라고 비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이팝은 여러 다른 스타일의 음악과 강렬한 안무를 혼합한 한국 팝음악을 연관짓는 매우 일반적인 용어이지 그 범주가 한국의 대중음악을 모두 아우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이다. 미국의 독립영화들이 그 나라 ‘문화 경관’의 필수적인 부분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영화 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하듯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모든 나라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오늘날 가장 강력한 문화 수출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 해도 한국 문화의 대중적 인기가 (한편) 가져올 수 있는 악영향이 한국 예술가들이 대체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빼앗아가진 않을 것이다. 김시스터즈가 한류를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반면에 <엽기적인 그녀>, 보아, <겨울 연가>는 방탄소년단과 <기생충>이 오늘날 2020년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끔 토대를 마련했다. 이렇듯 한류는 한국 문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결국 이러한 선순환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예술가들이 현존하는 거인과 어깨를 견줄 수도 있음을 뜻한다. 전세계 수백만명이 그런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도전해볼 의향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