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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퇴행적 광화문광장 사업 당장 중단해야 / 김상철

등록 2020-10-12 17:57수정 2020-10-13 02:41

김상철 ㅣ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안은 2017년 5월 발표된 광화문포럼의 전면보행광장안 이후 네번째다. 그사이 행정안전부의 반대가 있었고, 시민단체의 사업 중단 요구가 있었으며, 고 박원순 시장의 전면 재논의 선언이 있었다. 광화문광장이 서울과 대한민국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면, 2019년 9월 잠정중단 선언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된 전면 재논의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번 발표안이 앞선 방안들에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안은 2019년 1월에 발표된 국제설계공모안(세번째 안)에서 논란이 된 역사광장만 떼어낸 초라한 안이다. 이런 내용으로 결정할 것이었다면 왜 9개월 이상 다시 공론화를 했는가 싶다. 2019년 7월 시민단체들이 사업 중단을 요구한 이유는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 도시들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아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단체들은 이런 내용을 담지 못한 광화문광장 사업을 여기서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먼저 시민단체들은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가 대한민국 서울의 미래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광화문광장 조성을 계기로 4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에서의 혼잡통행료 도입과 서울 전체의 대중교통 체계 개혁,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교통수단의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발표안에는 이런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로 서울시가 2019년 1월 발표에서부터 고집하고 있는 이른바 ‘세종문화회관 앞 편측 광장안’은 그 형태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보행자 수가 두배나 되는 동쪽 블록을 배제하며, 주변 지역과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등 문제점투성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광화문광장의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양측안과 동측안 등 다양한 대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셋째로 박원순 시장이 이 사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난 상황에서 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업은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고, 8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기존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2016년 박원순 시장의 결정으로 시작됐고, 2019년 전면 재논의를 결정한 것도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시민단체들과 만나 “광화문광장 사업을 중단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광화문광장에 대한 의사결정과 집행은 내년 4월 취임할 새 시장에게 넘기는 것이 더 타당하다.

넷째로 2019년 9월 이후 전면 재논의 과정에서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수많은 꿈과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발표했고,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광장 계획에선 그런 꿈과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광화문광장 사업은 9개월 이상 시민단체들과 진행해온 공론화의 성과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 절망할 수밖에 없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제1의 공간이고 서울의 얼굴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광화문광장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존 광장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반성에 기초해야 하고,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설계해야 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9개월 동안 재논의해온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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