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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언제까지 때릴 건가, 언제까지 맞을 건가 / 김갑년

등록 2020-10-28 15:35수정 2020-10-29 02:38

김갑년 ㅣ 고려대학교 독일학전공 교수

최근 뉴스에 또다시 스포츠계 폭력 사건이 보도됐다. 무자격 빙상 코치가 실업팀 선수 멱살을 잡고 무차별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코치는 대한체육회 등에 신고됐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심석희 선수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고,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으로 스포츠계의 민낯이 드러났지만, 스포츠계의 폭력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2019년 2월 빙상 조재범 코치의 선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 폭력, 성폭력 사건의 근절과 인권보호 체계 마련을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출범했다. 조사단은 2019년 11월7일, 7월부터 9월까지 학생 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으며, 총 5만7557명(91.1%)이 응답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체 학생의 34.2%, 즉 3분의 1이 넘는 아이들이 폭력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이들이 자유 의견으로 전한 얘기들이다. 수영선수인 한 남자 초등학생은 “엄마는 제가 수영하는 걸 보러 오시고, 제가 맞는 것도 보시거든요, 엄마는 운동할 때 똑바로 잘하지 왜 맞았냐고, 다음부터는 똑바로 잘하라고…”라고 했다고 진술한다.

보고서를 보면 초등학생의 경우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을 묻는 말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898명(38.7%)이나 답했다고 한다. 심각하다. “(이는) 일상화된 폭력 문화 속에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폭력의 내면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폭력의 내면화는 운동집단 내 폭력 문화가 지속,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한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어린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폭력은 스포츠 분야에서 널리 퍼져 있다. 그 원인은 아이들이 저항할 물리적 힘도 정신적 힘도 없고, 게다가 저항할 방법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코치, 주변 어른들 모두 성공만 하면 맞는 것 정도야 감수해야 한다는 의식도 원인이다. 민주화는 다만 큰 틀에서만 달성했다. 우리 삶 소소한 것에는 아직도 전근대적 폭력이 난무한다.

스포츠 폭력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많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다양한 방안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민주시민 교육과 인권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스포츠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무엇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언제 진정 행복한지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 존엄성도 알아야 한다. 폭력이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폭력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게 바로 “왜 때려요?”라고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민주시민 교육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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