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ㅣ 대체역 신청자의 부모·서울 중구
대체역 복무가 26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대로라면 현재 신청자 중 절반은 1년 이상 복무대기자 신분이 되어 학업이나 경제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청자 대부분이 장기간 형사 재판을 받은 탓에 30살 전후에 이른다. 36개월 복무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에는 구직하기도 어려운 연령대가 된다. 청년 인력의 낭비다. 따라서 늦었지만 유관 부처들은 신청자를 동시에 복무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장기 대기로 인해 신청자들의 사회 진입 시기가 늦추어지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복무 시기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애초 국방부는 대체역 관련 법안 심사 초기부터 교정시설 복무 단일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과거 경비교도대가 사용하던 합숙 시설이 있기 때문에 개보수만 하면 바로 대체복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교정시설 32개 기관 가운데 목포와 의정부 교도소 단 두곳만 시설이 완비된 것으로 나온다. 법무부가 최근 내놓은 대체역 관련 보도자료 사진에 나오는 정도의 시설이라면 지금 신축을 시작해도 6개월이면 충분해 보이는데 법무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생활관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3년간 연차적으로 복무를 시킨다고 하니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게 되면 신청한 청년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 설계가 어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양심의 진정성 여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컴퓨터 게임이나 폭력성 영화 관람을 했는지, 또 종교집회 참석의 진위를 위치 추적하는 방식으로까지 조사하고 초중고의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하게 하여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양심 판정 과정을 겪게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역 편입 승인을 받는다 해도 또 일정 기간 대기를 한다고 하니 당사자와 가족들의 실망감이 크다.
덧붙여 대체역심사위원회는 심사 기간을 길게 늘리기보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를 해주기 바란다. 판정 과정에서 다소 의문이 들더라도 복무를 명한 후에 복무점검을 통해 한번 더 거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청자의 부모로서 의견을 드린다. 시행될 대체복무는 국제인권기준에 크게 위배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미 국무부 산하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양심적 병역거부 자료의 대한민국편에서, 유엔 전문가들의 우려를 인용하면서 36개월은 세계 최장 기간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우선권과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교정시설에서만 복무하게 하는 것은 국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서, 병역거부자들은 신념에 따라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 대기에 장기 복무, 그리고 합숙까지 해야 하는 현실은 대체복무가 아닌 대체처벌 수준이다.
국방부는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기간이 36개월이기 때문에 대체역 복무자와 형평성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위 복무자들은 출근하고 급여를 받기 때문에 아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복무 보수도 마찬가지다. 현역과 보충역은 복무 15개월부터 최고액을 받는다. 그러나 대체역은 29개월째부터 지급이 된다. 누가 봐도 차별이지만, 병역거부자들은 감수한다. 그러나 시정이 되지 않으면, 또다시 국제인권기구와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자나 깨나 잊지 못했던 대체역 복무가 공동체에 유감이 아니라 귀감이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