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주 ㅣ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타다’ ‘카카오티(T)’ 등 차량호출앱 파동을 거쳐 최근의 배달앱 과다 수수료에 이르기까지 교통물류 부문에서 나타나는 디지털플랫폼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공유경제를 지향한다는 플랫폼서비스가 갈등 양산이라는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배달앱 시장의 문제 해결에 공공부문이 나섰다. 올해 초 군산을 비롯하여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공공배달앱 서비스가 하반기 들어 최대 시장인 수도권으로 확대됐다. 지난 9월 서울시에 이어 이달에는 경기도가 관내 시범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처럼 배달앱 문제를 지자체가 외면할 수 없는 것은 플랫폼에서 영위하는 수많은 영세공급자의 경제적 처지와 노동의 질이라는 문제가 맞닿아 있는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용수요 급증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까닭이다.
공공배달앱 도입은 현재의 민간앱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여 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게 핵심이다. 지금의 배달앱 시장은 플랫폼운영자가 전권을 쥐고 있어 수수료나 광고료를 어떻게 책정하더라도 가맹점으로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공공배달앱이 낮은 수수료만으로 민간앱과의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이용자 확보가 관건인데, 지자체가 내놓은 처방은 할인 효과가 있는 지역화폐의 결제 허용 정도다.
더욱 우려할 만한 점은 공공배달앱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낮은 수수료로 참여하는 앱 개발사는 플랫폼 개발과 최소한의 운영 참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개설한 플랫폼에 소속할 뿐인 가맹점주가 이용자를 확보하거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도 없다. 한마디로 공공배달앱 스스로가 플랫폼을 활성화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서울을 비롯하여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당수 공공배달앱이 서비스 개시 때만 이용수요가 반짝하다 더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다.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공급자(가맹점주)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하여 앱운영사-공급자 협동조합-시민 참여의 선순환 협력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배달앱이 직면하고 있는 이용자 확보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난제의 극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결정으로 앱운영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더해 일정 부분의 금액을 떼어 적립하여 활용하면 기존의 민간앱과 같이 할인 혜택 등의 이용자 유치를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공공에서 지원하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착하고 신뢰 높은 배달앱이라는 인식 조성이 가능하여 이용자인 시민의 연대와 참여를 끌어낼 여지가 높아진다. 협동조합으로서의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의 지원 규모가 커질 개연성이 높다. 지자체 단위의 공공배달앱이 안착하면 다음 단계로 연합회 차원의 전국 단위 플랫폼으로의 브랜드 전환도 용이하다. 배달종사자가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협력하는 환경만 마련할 수 있다면 비용 분담을 통해 안전과 고용 문제의 완화까지도 가능하다.
물론 협동조합형 공공배달앱이 만능열쇠일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난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안착하기만 한다면 배달앱 서비스 시장을 이전과 다른 ‘상생과 협력’의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