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주ㅣ북태평양문제연구소장·바드칼리지 객원교수
미국 대선이 하루 앞이다. 미 본토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가 당선될까?
100% 예단은 할 수 없으나 과거 사례에 기초한 델파이 방식(질적 방법론으로 미래를 예측)으로 그 답을 찾아본다.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이 승패를 거듭해온 1950년부터 2016년까지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각 시대적 조류나 사회적 이슈, 경제상황 그리고 8년 연임에서 오는 장기집권 피로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2차대전 영웅으로 한국전 종식을 약속해 당선된 아이젠하워, 뉴프런티어의 기수 케네디, 장기 월남전 종식을 약속한 닉슨, 워터게이트 사건 후 사회정의와 인권을 내건 카터, 이란의 미국 대사관 점거와 인질구출작전 실패로 망가진 미국의 자존심 회복을 내건 레이건, 이어 레이거노믹스의 후광을 입어 당선된 조지 H. W. 부시, 그러나 “내 입을 읽어보세요”(Read My Lips,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경제불황 덫에 걸린 부시에 비해 새로운 경제 재건을 약속한 클린턴, 하지만 8년 연임의 피로감과 새천년, 새 정부에 대한 욕구로 당선된 조지 W. 부시(물론 대법원의 플로리다주 재검표 정지명령 운도 따랐다), 이라크 침공과 9·11 테러 그리고 경제 파탄에 이어 8년 연임의 피로감으로 탄생한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그럼에도 돈과 로비로 얼룩진 워싱턴 중심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부동산업자의 실물경제 기대, 그리고 다시 8년 연임의 집권피로감으로 행운을 잡은 트럼프의 당선 사례들까지.
2020년 대선의 사회적 이슈와 경제상황은 어떠한가? 바로 전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책과 경제지표다.
먼저 지난달 22일 목요일 아침 뉴욕의 세계적 명소,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책에 대한 ‘비참한 실패’(Abject Failure, 컬럼비아대학의 최근 보고서에서 인용)를 간단히 말해주는 2주간 계약의 광고물이 떴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가 뉴욕시의 현재 사망자 수 3만3418명과 미 전역에 걸친 사망자 수 22만4005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으며 바로 옆에 트럼프의 사위이자 특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 역시 “뉴욕시민들이 코로나를 앓고 있는데 이는 바로 자신들의 문제”라며 남의 불 구경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광고물이다.
이는 트럼프의 재선에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비유되는 합성사진으로, 그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전염병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 코로나 관련 과학이나 데이터에 대한 ‘의심전쟁’으로 일관해왔다. 트럼프는 반복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대신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난하며 국가 최고의 질병전문가를 공격하는가 하면 코로나 예방수칙을 모범적으로 지키며 투표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바이든 후보를 비아냥거려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코로나19에 대한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미 언론들은 앞다투어 “오늘 현재 미 전역에서 22만6000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매일 평균 7만명의 새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존스홉킨스대학 등 전문기관들의 통계를 인용 보도하고 있다.
끝으로 주요 경제상황 지표로, 지난 대통령의 임기 동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카터 3.25%, 레이건 3.48%, 조지 H. W. 부시 2.25%, 클린턴 3.88%, 조지 W. 부시 2.2%, 오바마 1.62%에 이어 트럼프가 0.9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2020년 미국 대선은 바이든의 당선과 트럼프의 패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