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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거점국립대를 온라인 메타버스로 묶자 / 김상균

등록 2020-11-09 19:08수정 2020-11-10 02:36

김상균 ㅣ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지난달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등 전국 9개 거점국립대와 서울대 총장이 참여하는 총장협의회는 ‘거점국립대학교 학생 교류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거점국립대 소속 학생은 협약에 포함된 10개 대학 중 어디에서나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춘천에 사는 전남대 학생이 강원대에서 수업을 들어도 학점이 인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고, 원거리 이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세부 진행 방안은 구체화해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거점국립대 네트워크화에는 거점국립대의 연구, 교육 경쟁력을 높인다는 기대와 함께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기존에 대학 간 학점 교류제도가 있으나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각 교수가 가르치는 교과목을 교수의 연구 분야에 따라 특성화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거점국립대에는 기업가정신 교과목이 있다. 하지만 대학 간 학점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ㄱ대학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가정신, ㄴ대학에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업가정신, ㄷ대학에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기업가정신 교과목을 개설하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세분된 교과목을 제공하여, 표준적 교육환경에서 학생 개인의 진로를 반영한 특화된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학점 교류 대상 수업을 가급적 온라인 중심의 ‘플립러닝’(거꾸로 학습)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미네르바 스쿨’의 시스템을 참고할 만하다. 기존 대학들과는 달리 오프라인 시설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메타버스(가상세계)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학이다. 수업 방식의 특징은 크게 학생 중심 비대면 수업과 현장 중심 프로젝트로 요약된다. 교수와의 대면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모든 수업을 비대면 실시간 원격 강의로 진행한다. 평균적으로 교수의 발언 시간은 수업시간의 15%를 넘지 않으며, 수업의 핵심은 학생들이 각자 학습한 주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교수가 제시한 여러 자료를 미리 읽고 준비한 후 수업에 들어와야 한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서로 다른 문화권의 현장 문제를 놓고 실습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다. 미네르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은 두 가지 이점 때문이다. 첫째, 물리적 이동의 제약이 해결되어서, 학생들은 근거리 대학의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10개 대학 수업 중에서 폭넓게 고를 수 있다. 둘째, 유사한 이론을 배웠다 해도, 과목 담당교수의 연구 분야와 소속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현장 문제를 접할 수 있다.

교과목 특성화, 온라인 중심의 플립러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거점국립대의 학사 운영 시스템을 메타버스 형태로 묶을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학생들은 온라인 메타버스로 묶인 하나의 학사 시스템을 통해 다양하고 특화된 과목들 중 골라 수강하고, 세부 전공, 진로 상담도 해당 문제에 전문성이 높은 교수를 찾아 해결하면 된다. 이런 형태의 거점국립대 온라인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 개발,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잖겠으나, 그보다 더 큰 걸림돌은 각 대학의 운영 주체와 소속 교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이다.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을 위해 모두가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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