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곤 ㅣ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
공중보건(公衆保健, Public Health)은 말 그대로 공중을 위한, 공중에 대한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다. 의학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의학이 개인 질병의 원인·치료·예방에 관심을 둔다면, 공중보건학은 집단(공중)의 건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 개인의 병을 치료하지만, 공중보건학자는 집단 건강의 증진을 모색한다.
코로나 시대에 공중보건의 중요성은 더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는 왜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을까?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이 돌기 전까지는 집단의 건강은 눈에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중보건학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공중보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코로나 직전까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중보건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꾸준히 줄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야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공중보건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 돈을 운영할 공중보건 인력이 부족해 초기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
한국의 공중보건학은 보건대학원에서 발전했다. 이는 공중보건학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모델을 따른 것이다. 공중보건학은 미국에서 의학과 사회과학, 이학과 공학 등의 여러 학문이 종합적으로 중첩되기에 학부가 아닌 석사 이상의 대학원 전공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최근 그런 미국에서도 공중보건학이 학부과정에도 개설되고 있고, 현재 대략 120군데 넘는 대학들이 공중보건학 학부과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중보건학을 학부과정에서 가르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름이 비슷한 보건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은 필자가 설명하는 공중보건학 학부과정과는 좀 다르다.
그렇다면 왜 공중보건학의 학부과정이 필요한가? 우선 공중보건학 학부과정에서 공중보건학을 공부한 학부 졸업생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역학조사를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임시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장기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기존의 보건대학원 체제는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하였기에 공중보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인재를 길러내는 곳은 아니다.
물론 공중보건학 학부과정이 현장 인재만을 길러내는 것은 아니다. 공중보건학 학부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기초를 익히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원 과정에서 의학·간호학·한의학·약학 등을 전공하는 전문적인 보건의료 인재로도 양성할 수 있다. 즉 공중보건 학부과정에서 공중보건학의 기초를, 특수대학원에서 보건의료의 전문성을 담당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공중보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시급하다.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쉽고 빠른 일이지만, 교육으로 공중보건 인재들을 기르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공중보건학 학부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