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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수요조사와 따로 노는 온종일돌봄 현실 / 박용환

등록 2020-11-16 19:09수정 2020-11-17 02:07

박용환 ㅣ 경기도 용인 성복초등학교 운영위원

매년 정부에서는 전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범정부 온종일돌봄 수요조사’를 벌인다. 그런데 수요조사 결과는 매년 나오는데 무슨 이유인지 교육당국에서는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았다. 이를 정보공개로 받아 공개한다.

2020년 수요조사는 초등학교 신입생과 1~5학년 재학생 학부모 103만7988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전체 설문 참가자의 41%가 초등돌봄 운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 수치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데, 예비 신입생과 초등 1학년의 경우 62%의 학부모가 돌봄교실 운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돌봄교실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힌 학부모들의 75%는 맞벌이 가구이고, 한부모 가구 8%, 다문화 가구도 4%에 이른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 가구는, 국가와 사회의 도움과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희망하는 돌봄서비스의 유형을 밝힌 이들(중복 답변, 53만3417명) 중 73%는 초등 돌봄교실을 선택해 다른 유형에 비해 압도적이다. 지역아동센터나 다함께돌봄센터 등 다른 돌봄센터가 아직 수적으로 절대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접근성과 안정성이 높은 학교 내 돌봄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교육당국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돌봄서비스 운영 시간에 대한 응답(중복, 58만1829명)이다.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오후 1시~5시가 가장 높지만(64%), 수업시간 전과 오후 5시 이후에도 운영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각기 11%와 25%에 이른다.

실제 각 교육청에서 발간한 <초등돌봄교실 운영 길라잡이> 등을 보면 학기 중에는 물론 방학 중에도 오후 5시까지는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기준으로 초등학교 가운데 방학 중에 5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오후 2시30분이면 끝난다. 학기 중에도 저녁돌봄 시행 등 돌봄시간 연장이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방학 중 돌봄시간 연장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필자는 방학 중 돌봄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학교, 용인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에 주장하고 있지만 ‘된다’는 답변은 없고 “어렵다”,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들려온다. 그 ‘권한’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돌봄교실을 확대하고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로 내려올수록 돌봄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 같다. 돌봄시간 연장에 대한 국가·사회적인 요구가 높고 실제 수요조사에서도 그러한 요구가 매우 현실적임을 잘 보여주고 있음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돌봄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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