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ㅣ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교육부가 2025년부터 유초중고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과목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밍’ ‘에이아이 기초원리’ ‘에이아이 활용’ ‘에이아이 윤리’ 등을 정규교육으로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미래 사회를 대비해서 에이아이와의 소통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인데, 사람 간의 소통보다 에이아이와의 소통이 더 시급한 것일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 상대방 발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글들이 얼마나 될까? 포털 댓글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넘쳐나고, 어린 학생들은 그것이 혐오표현인지도 모른 채 재미있어서 사용했다고 말한다. 잘못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그런 뉴스를 유포하면서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지도 모르는 사회구성원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우리에게 더 시급한 건 에이아이와의 소통 교육이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 교육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유초중등 학교 교육의 정규과목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학교에서의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은 디지털 미디어 교육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정보와 미디어 문화에 대한 접근과 올바른 이해, 생활 속 디지털 미디어에서 작용하는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이를 통한 미디어에서의 현실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이해,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활용, 이와 관련한 미디어 기업에 대한 시민적 감시, 디지털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시민적 의견 표현 등을 교육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프로그래밍과 에이아이 활용 교육이 아니다. 유초중등 교육에서 인공지능은 디지털 미디어와 정보교육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 핵심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함양이다.
현실적인 면에서도 교육부 안은 실천 가능하지 않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에이아이 교육의 교육과정과 내용은 누가 만들 것인가? 대학에서도 에이아이 교육을 실시할 교원이 부족해 외국에서 박사 모셔오기 경쟁이 한창이다. 아직 에이아이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연구된 바도 없다.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체계화도 안 된 분야를 교육과정에 꿰어맞춰 실시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너무 빨리 변화하는 분야여서 교과 신설로는 기술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에 반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미 많은 연구가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있으며 열의를 갖고 노력하는 현직 교사들도 많다. 가짜뉴스 문제와 게임 과몰입, 인터넷 혐오표현, 디지털 성폭력 등 각종 사회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결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정작 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반영하는 일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신설돼야 하는 과목은 에이아이 교육이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급히 반영해야 한다. 교육대와 사범대에서 예비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필수화하고 싶어도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포함되지 않아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초등 어린이부터 중등 학생들까지 정규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게 하려면 예비교사부터 제대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미디어 교육 지원법 추진 세미나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 인사말만 하고 사라지는 대다수 국회의원들과 달리 마지막 토론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경청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의 그 유은혜 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