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렬ㅣ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한국 교회는 2020년 올해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상을 김진숙씨에게 수여했다. 지난 35년 동안 해고 노동자이면서도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고통에 연대하고 그 아픔을 나누며 살아온 고단하면서도 뜨거운 그의 삶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동료들을 위해 그 어떤 고난도 마다치 않았다. 그의 헌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었고 힘이었다. 그에게 찬사와 존경을 드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에 한국 교회는 그의 삶을 높이 평가하여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작은 상이지만 그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인권상을 직접 전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일 수 없었고, 암 수술을 위해 입원한 탓에 만나지 못했다. 수상자가 빠진 시상식이었지만 힘이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복직 투쟁의 현장인 한진중공업 정문에서 이뤄진 가운데 후배와 동료들은 자신들이 상을 받는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김진숙은 해고 노동자이다. 그는 35년 전 노동 현장의 부실한 식사와 화장실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대공분실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바꿔달라, 화장실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대공분실에 끌려갈 일인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 해고당하여 쫓겨났다. 그는 과거 정부가 자행한 노조 적대시 정책, 노동 탄압 정책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는 단순한 피해자, 해고 노동자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동료 노동자들을 지키는 삶을 살았다.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살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그의 삶을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이었으며 부당한 해고로 평가하며 복직을 권고한 바 있다.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김진숙과 같은 분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다. 친구에게서 큰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되었다. 35년, 긴 세월 동안 친구를 위해 살아온 김진숙에게 감사와 사랑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정한 민주화 공로자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35년 동안 그의 복직을 거부해 왔다. 부실 기업이 된 한진중공업은 정부가 지배주주이다. 국민을 대표한 국회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 그의 복직을 지지하였다. 그럼에도 대주주인 문재인 정부에서 그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 김진숙은 암과 투병 중이다. 그에게 가장 좋은 항암제가 있다면 그의 복직이다. 동료들, 친구를 위해 살아온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동료를 위해 살아온 그에게 이제는 좋은 동료, 좋은 친구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은 그의 친구가 되는 좋은 기회이다. 그는 노동자로서 명예롭게 퇴직하고 싶어 한다. 그 일생의 소망을 이루는 일에 작게나마 참여할 수 있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 친구가 되고 시대의 빚을 갚고자 청와대 앞 단식에 참여한다. 친구를 위해 사랑을 나누는 좋은 친구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