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한ㅣ40대 회사원·서울시 성북구
저는 서울 강북권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 2명을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는 40대 가장입니다. 전세계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으로 나뉠 수 있다면 한국의 교육도 동일할 겁니다. 전국민의 삶이 달라진 지금 학생들도 학부모도 그 고통을 분담해야겠죠. 하지만 고통과 불편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돼야 할 텐데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행착오만 반복될 뿐 한국의 공교육은, 특히 초등학교의 공교육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진 12월,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의 초등학교도 15일부터 연말까지 원격수업에 돌입했습니다. 여기에서의 원격수업은 <교육방송>(EBS) 시청, 교과 관련 유튜브 시청이 대부분으로 교육부가 내놓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 방안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쌍방향 수업 확대 방안도 고작 주 1회 이상으로 명문화되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만 해도 지켜지고 있다고 보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도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40분 남짓의 시간만 줌을 통한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어느 초등학교는 출석 체크만 쌍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더군요. 모 대기업 회장님의 자녀가 다녔다는 저희집 인근 사립초등학교는 어떨까 확인해보니,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코로나 이후 학생들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는 인식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사이의 교육격차, 공교육과 사교육 간 교육격차가 코로나 이전보다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거지요. 사립학교뿐 아니라 일반 학원에서도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공립 초등학교는 아직까지도 주 1회, 40분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 하는 걸까요? 줌을 이용한 실시간 원격수업을 하기엔 네트워크 환경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 시간 돌봄으로 학교에 와 있는 학생들의 수업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고, 아이들만 집에 남겨진 맞벌이 가정에서 줌 수업이 근본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문제점만 남고 진행이 안 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준비 안 된 학교와 선생님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 수업에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부담되겠죠. 수업을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수업 후에는 더 많은 피드백 요청에 힘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공교육이 이젠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일반 교육과정에서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성취도 평가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학교, 교사, 학생은 제재를 받도록 하는 미국의 ‘아동 낙오 방지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땅의 학생들이 차별 없이 보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자율에 맡길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원격수업이라는 명목 아래 피드백 없는 <교육방송> 수업만 보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다가, 고작 주 1회 40분이지만 그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는 요즘입니다. 사교육은 되는데 왜 공교육은 안 되는 걸까 자꾸 묻게 됩니다.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기준을 세워 일선 공교육 현장에서 실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실시간 원격수업 주 1회 이상 실시. 이런 기준으로는 곤란합니다. 이는 교육을 방치하거나 부모에게 일임하는 무책임한 일입니다. 의무교육이면 의무교육답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원칙을 세워 진행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