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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소비자의 배신감 / 허승은

등록 2020-12-30 19:02수정 2020-12-31 02:38

허승은 ㅣ 녹색연합 정책팀 활동가

“난 분리배출 잘해.” 쓰레기 문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분리배출을 잘하면 재활용이 잘되고 재활용은 쓰레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느 연구자료에선가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독일 다음으로 높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실제 선별장으로 들어가는 수치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선별장에서 선별되고 남은 잔재물률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 54%(2018년 기준)이다. 즉, 절반 이상이 재활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넘쳐나는 물량에 선별률이 더 낮아지고 있으니 더욱 심각한 상태다. 얼마 전, 즉석밥 용기도 재활용이 안 된다는 소식에 배신감을 느끼는 시민들 의견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즉석밥 용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화장품 용기 90% 이상이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또 한번의 배신감을 느꼈다. 충격적인 사실 한가지는 이렇게 재활용 안 되는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야 하는데 업계가 출고 용기의 10%를 다시 회수하는 대신 전체 화장품 용기에는 ‘재활용 어려움’을 표시하지 않는, 즉 화장품 용기는 표시 예외 대상으로 적용하는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화장품 용기는 보통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등이 사용된다. 이 중 플라스틱 용기는 5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 뒤 폐기까지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이 높아 환경오염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대기업 생산 비중이 높다. 2017년 기준 생산 실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엘지(LG)생활건강이 59.6%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회수된 공병을 재생 원료로 사용했지만, 출고량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즉, 99%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화장품 업계는 포장재 등급 표시 시행으로 케이(K)뷰티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한다. 화장품 업계는 이미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이 평가 결과 ‘재활용 어려움’이 표시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수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업계의 입장을 국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이뷰티 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려면 표시 예외가 아니라 재질 구조 개선에 힘써야 한다.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 안 되는 용기를 생산하면서 표시만 하지 않겠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친환경 기업이 되려면 생산-소비-처리 단계에서의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다. 재활용 정책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화장품 용기의 역회수와 재활용 등급 표시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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