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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 김성국

등록 2021-01-04 18:23수정 2021-01-05 02:40

김성국 ㅣ 30대·진로취업컨설턴트

취업 컨설팅을 하면서 정세와 동향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생들에게 <한겨레>를 추천하곤 한다. 여러 신문, 매체가 있음에도 <한겨레>를 추천하는 이유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본인의 ‘노동자’라는 지위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우리는 근대부터 자연스레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겪어왔고, 교육을 통한 사회화 과정에서 우리의 위치가 아닌 기득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게 되었다. 생산수단이라고는 몸뚱이뿐인 우리가 조금이라도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행하는 노동의 소중함을 인지하고 노동자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연대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권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문제들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린다. 내가 직무역량이 부족해서, 공백기가 있어서, 이직이 잦아서 등의 이유를 댄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신문을 보며 ‘사회 탓’을 했으면 좋겠다. 그 모든 것들을 자기 잘못으로 돌리기보다는 이렇게 많은 노력을 하는데도 ‘정규직’이라는 신분을 획득하기 어려운 세상을 비판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취업에 임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대학 수준의 학력부터 시작해서 직무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을 받아야 하고,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분석, 그리고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군에 대한 분석까지 해야 한다. 더불어, 정기공채라는 전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수시·상시 공채가 빈번하게 되어 언제 채용 공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원을 하고, 자기가 전형에 합격했는지 탈락했는지 알지 못한 채 전전긍긍한다. 지원자들의 모든 정보와 노력은 기업에서 언제든 열람할 수 있지만 기업에 대한 정보는 스스로 찾아야 하고, 달랑 두세 줄 정도로 제공되는 직무 분야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성장 과정부터 입사 후 포부에 이르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작성하고, 면접에서 자신을 필사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사회는, 그리고 이 사회를 이루는 제도는, 인생을 살아온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평생 먹고살 학문 분야를 결정하게끔 하고, 직무 분야를 설정하라 말하고, 취업하라고 내몬다. 나는 이런 사회가 싫다. 부디 사회는, 그리고 제도는,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의 어려움을 먼저 파악하고, 사회에서의 어떤 ‘쓸모’로 한 사람을 재단하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것이기를 희망한다. 그들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과 더불어 그곳에서 그들의 노동이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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