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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도덕적 해이 가져오는 실손보험 개선 필요하다 / 정형선

등록 2021-01-11 19:12수정 2021-01-12 02:43

정형선 ㅣ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건강보험보장률’은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지급해주는 부분의 점유율을 가리키는 지표다. 개념이 단순명료하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선 공약과 정당 매니페스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2017년 62.7%이던 보장률이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8년에 63.8%로, 2019년에는 64.2%로 오르긴 했지만 증가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됨에도 보장률이 높아지지 않는 현상에는 두가지 쟁점이 뒤따른다. 첫째, 현재의 전체 건강보험보장률 지표가 과연 적절한지다. 개선을 위해서는 지표의 정책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비급여의 풍선효과’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가다. 건보급여가 늘었는데 비급여도 늘어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평상시 보험료 부담이 늘었는데, 병원 이용단계에서도 의료비를 많이 낸다는 의미다. 심각한 상황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의료제공자의 수익추구 행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 수단은 ‘의료의 이용자가 비용의식을 갖는 것’이다. 제3자 지불의 보험제도 아래에서 비용의식은 ‘본인 부담’에서 생긴다. 본인 부담이 너무 높으면 필요한 의료를 못 이용할 수 있다. 이를 막자는 것이 문재인 케어요, 보장성 강화 대책이다. 반대로, 본인 부담이 너무 낮아서 의료 이용이 필요 이상으로 늘면 건보재정의 부담이 커진다. 이는 다시 보험료 인상의 부메랑이 되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둘 사이에서 묘안은 없는가? 있다.

첫째, 선택의 여지가 적은 ‘필수의료’는 본인 부담이 낮을수록 좋지만, 환자의 ‘선택적 성격’이 크면 본인 부담률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 본인 부담을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환자가 비용을 의식하면서 의료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의사도 환자의 부담을 의식하면서 적정 의료를 권하게 된다. 급여를 확대해도 비급여가 그만큼 추가되거나 인상되면 국민의 부담만 커지는 것이다. 소위 ‘비급여 풍선효과’다. 의료제공을 민간 제공자에게 맡기고 있는데, 그나마 환자의 비용의식마저 없으면 의료 오남용과 이에 따른 의료비 팽창은 막을 길이 없다.

둘째, 건강보험에서 급여하는 항목은 실손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을 지금처럼 실손보험에서 지급해주면 가격 기능은 없어지게 된다. 신규 판매되는 실손보험 상품은 ‘비급여’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그러면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대폭 낮출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국민을 공보험이 커버하는 상황에서는, 민영보험은 보충적인 역할에 그친다.

2000년대 전반만 해도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4%가 안 되었다. 지금은 7%에 근접해 있다. 큰 증가다. 건강보험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전체 의료비의 급팽창을 막아서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비급여부담을 줄이고, 법정본인부담률을 다양화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이에 맞게 재설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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