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ㅣ국방대학교 교수·미 국방부 싱크탱크 FMSO 국제선임연구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새롭게 한-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망과 고민들이 많다. 한국과 미국은 6·25전쟁을 함께한 혈맹이고, 미국은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주도하여 유엔 참전국들과 이름도 모르던 나라에 와서 피 흘리며 싸워주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인들은 유엔군을 감사의 존재로 기억하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유엔군사령부가 한-미 관계와 연동하여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되어야 하는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유엔사는 두 가지 문제에서 쟁점의 중심에 서 있다. 첫번째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유엔사를 재활성화하면서 한국의 학계와 정책 커뮤니티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하여 한반도의 전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확산됐다. 두번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유엔사가 남북교류를 차단하고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이후 시도된 소규모 남북교류를 유엔사가 중단시키면서 촉발된 논란으로, 평화협정 이후 유엔사 존폐 논란과 연동되면서 유엔사에 대한 한국 내 인식 변화가 생긴 것이다.
유엔사에 관한 미국의 의견을 공적인 장소나 공개 세미나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다. 사적인 친분이 있는 지인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이러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들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세번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와의 사적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번째는 조셉 윤 대사와의 비공개 만찬에서, 세번째는 전 유엔사 부사령관 웨인 에어 중장의 초대로 평택의 유엔군사령부 집무실을 둘러보고 가진 식사 자리에서의 사적인 대화였다. 자세한 내용은 모두 밝힐 수 없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모두 유엔사가 앞으로도 한국인들에게 6·25전쟁 당시의 좋은 모습처럼 계속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유엔보다는 미국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실질적인 통제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군사 분야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유엔사는 군사적 범위를 넘어서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근본적인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통치 행위와 정치적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 미국 합참이 미국 대통령보다 상위에 있지 않다. 유엔사의 존재 목적은 한반도 평화와 분쟁 억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상위의 국가정책들을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유엔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할에 부합하여야 한다. 유엔사가 6·25전쟁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공헌과 기여로 한국인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아 왔다면, 앞으로의 유엔사도 한국인들이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전환에 기여하여야 한다. 최근 유엔사 관련 비무장지대 출입, 군사분계선 월경 등이 논란이 되고 있고,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장애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유엔사는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저해하고, 한국 정부의 주권을 제한한다는 한국 사회의 논란이 왜 생겼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평화협정 이후에도 유엔사가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엔사는 과거 냉전의 유물로 남아 있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