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이 15일부터 31일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긴급 돌봄 학생을 위한 대면 수업과 원격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3월 새 학기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지난 한 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아이의 온라인 등교를 옆에서 지켜봤다. 2020년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의 실제 등교일수는 코로나로 인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2020년을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딴짓을 하고 싶은 유혹을 참거나 버텨가며 보냈으리라고 본다.
아이가 속한 학급의 경우, 1학기 적응 기간을 거친 뒤 2학기에 들어서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의 쌍방향 수업 시간이 늘었다. 확진자 수가 증가할수록 등교일수는 줄었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것처럼 친구들과 모둠 수업을 했고 발표를 했다. 때로는 모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은 따로 화상회의 공간에 모였으며 마스크를 낀 채 모여 과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부족한 면도 많았지만 2020년을 코로나 1년차, 온라인 수업 적응 과도기라고 한다면 적어도 아이의 학급은 1학기에 비해 2학기에는 눈부신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쌍방향 수업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의 방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자주 흘러나왔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직접 마주 보면서 수업을 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각 학교와 학급마다 담임교사의 역량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교도 학급마다 다른 수업이 진행됐다.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학급의 경우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학생을 한 방향만 바라보게 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2020년 9월,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을 내놓았다. 원격수업 기간 중 모든 학교에서 실시간 조·종례를 운영할 것과 쌍방향 수업의 확대를 위해 최소 주 1회 이상 쌍방향 수업을 진행할 것을 학교에 권장했다. 주 1회 쌍방향 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지 의문이었던 대책이다. 최근 발표된 학술지 <공간과 사회> 74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거주 환경에 따라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 양극화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나고 밝혀진 씁쓸한 양극화 현상이다.
지금 모든 학생들은 새 학년을 준비하는 방학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 각 학교들도 양극화의 간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본다. 새 학년 새 학기에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클로바더빙과 교육방송(EBS) 강의, 유튜브 링크만으로 수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는 한 시간의 배움도 소중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 외에도 협업, 공감, 놀이, 갈등 해소 등을 배운다. 한 방향 수업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쌍방향 수업을 늘린다고 해서 벌어진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게 최선의 방법일 테지만 작년과 다름없이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야 한다면 쌍방향 수업 시간을 늘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위한 대비책도 꼼꼼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작년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 학기에는 개선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져야 마땅하다.
김지숙ㅣ40대 학부모·경기 남양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