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ㅣ 농부철학자·보리출판사 전 대표이사
부산에서 함흥까지 철길이 열려야 한다. 이것이 경남, 경북, 강원도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경의선과 경원선도 열려야겠지만 이것은 나중 일이다.) 철길이 열리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령을 거쳐 한반도 동쪽을 달리는 동해북부선이 놓이고, 바로 옆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관이 깔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동해안에 위험한 원자로를 증설하거나 유지하지 않고도 우리 에너지 문제의 절반 이상이 싼값으로 해결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책선 때문에 남녘에 사는 우리의 국외여행은 늘 ‘해외여행’일 수밖에 없었는데, 철길이 놓이면 아시아 여러 나라를 포함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육로로 갈 수 있어 그만큼 여행 경비도 싸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무엇보다 육로를 통한 문물교환은 해로나 항공로를 통하는 것보다 질적 양적으로 풍요로울 뿐만 아니라 안전도 보장된다. 남녘에서나 북녘에서나 (반공을 코끝에 걸고 느닷없이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일부 친일세력을 빼면) 온 국민이 찬성이고 남북의 정부 당국도 이 철길을 여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길만이 남북의 평화교류와 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가장 현실성 있는 길이라는 것을 너도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벌써 남과 북의 당국은 이 철길 복원의 예비조사까지 마친 상태라고 하지 않는가?)
누가 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가? 유엔군사령부의 간판을 내건 주한미군사령부다. 한반도 남녘땅에 점령군으로 와서, 1953년 휴전협정 체결 당시 이승만이 군통수권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협정문에 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전시작전권은 일방적으로 미군으로 넘어갔다. 그 뒤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가까워오는데도 미군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한국군에게 이 작전권을 넘기지 않고 있다.
속셈은 빤하다. 휴전선 이남의 땅을 그사이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을 견제하는 교두보로 삼고, 덤으로 전쟁의 위기를 빌미 삼아 5년만 되면 고철로 바뀔 이른바 첨단무기를 이 나라에 팔아 돈을 벌려는 것이다. 우리는 ‘주한미군사령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미국 군수산업(이른바 ‘군산복합체’)의 이권놀음에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이 살길은 남북이 경제적으로 상생하는 길밖에 없다. 남과 북이 다 같이 잘 살려면 그 길을 열어야 하고 그 첫걸음은 남과 북의 안전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서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동해북부선을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국익을 우리의 국익보다 더 앞세워 이 사업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이 정부는 ‘우리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백만, 아니 천만이 넘는 국민의 뜻을 모아 ‘국민청원’을 해서라도 우리 정부에 더는 물러서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나는 이 일에 영남과 강원 지역의 전 주민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본다. 내일이면 너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