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민ㅣ한국공유오피스협동조합 이사장
2019년 1월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진 과제를 밝힌 바 있으나, 정작 전세계 공유경제 분야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유오피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에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도 공유오피스는 기존 부동산 임대업과 근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만을 제기할 뿐 이렇다 할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국내 공유오피스가 차지하는 면적은 2016년 14만㎡(약 4만2400평)에서 2018년에는 39.3만㎡(약 11만9천평)에 달하며, 지점 수 또한 서울에만 2019년 7월 기준으로 231개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공유오피스 예상 시장 규모는 7700억원이다.
이러한 규모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부기관과 여러 업계에서 여전히 공유오피스를 공유경제에 속한 산업 분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기존 부동산 임대업으로만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작용하는 듯하다. 공유오피스는 업무공간 제공만이 아니라 협업 네트워킹 구축, 세무·회계 지원, 법률 자문, 사업 컨설팅, 온·오프라인 마케팅 지원, 채용 등 입주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무실뿐만 아니라 이러한 서비스를 함께 이용해 사업을 이어나가는 데 도움을 받고자 일반 사무실 임대가 아닌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업무환경 변화 트렌드를 가속화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고정된 업무 공간의 필요성은 낮아졌다. 이제는 고정된 사무실보다는 사업자등록 주소지로 지정하고 우편물 관리 등 일원화된 연락 매개체를 제공받으며 세무·법무 서비스 등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와 라운지, 정기 미팅 공간 등을 이용하며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더욱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는 공유오피스가 제공하고 있는 핵심 서비스다.
이러한 흐름과 역행하여 아직도 지역 세무서에서는 관련 사업자의 사업자등록을 거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별도의 독립된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인터넷이면 모든 업무가 가능한 시대에서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기준으로 사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가. 과거 기준으로만 공유오피스와 이 산업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바라보는 구시대적 편견 때문에 ‘지금'의 사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에 벤처기업 제한 업종으로 묶은 규제를 대폭 완화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공유오피스도 벤처기업 대상 중 하나로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낡은 규제로 인해 각종 창업 지원과 벤처기업 혜택 등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정부의 시각 또한 아직도 지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국이 과거 업무 환경만을 기준으로 삼고 현재 흐름을 역행하고 있을 때, 공유경제의 주요 국가들은 그 흐름을 적극 수용하여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과거 관점에서 벗어나 공유경제 발전에 앞장선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각을 달리해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