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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세상일을 자세히 알려 할 때 그걸 방해하는 이의 논리 / 목수정

등록 2021-03-03 19:55수정 2021-03-04 11:17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목수정|작가

김우재라는 필자가 ‘목수정의 반계몽주의’란 글(<한겨레> 3월2일치)에서 나에 대해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고 썼다.

그 글을 보고, 음모론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음모론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러운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 반면 미국의 언어학자 촘스키는 “음모론이란 이제 지적인 욕설이 되었다. 누군가 세상의 일을 좀 자세히 알려고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내가 펼치고 있는 음모론의 예로 그는 “영국 백신 접종 사후관리 시스템에 영국의 백신 부작용 신고가 4만건이 넘는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는 걸 들었다. 나는 “2월7일까지 접수된 44,635개의 백신 부작용 리포트 속에는 144,197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어 있으며, 그 중 사망자는 323명이다. 옐로카드 제도는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부작용을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의무적인 것이 아니므로, 실제 부작용 발생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고 썼다. 영국 정부는 신고된 사례들의 백신관련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것이 자발적인 신고이므로, 실제 사례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말하지 않았다. 하버드 의대팀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자발적 신고에 의해 접수되는 백신부작용은 실제 발생건수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즉 정부측 확인에 의해 실제 사례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100배쯤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두 사실을 감안하여, 실제 발생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던 것이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주로 프랑스 소식을 전해온 내가 영국 얘기를 쓰게 된 것은 정세균 총리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안전하다”는 공언이 계기였다. 거의 모든 한국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 말은 나를 경악하게 했다. 난 프랑스 언론을 통해 영국의 백신 부작용 소식을 듣고 있었건만, 당시, 한국의 어떤 언론도 이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영국은 1월초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맞게될 백신에 대한 부작용 사례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2월14일까지 영국정부에 접수된 부작용 리포트는 58,250건이고 부작용 사례는 191,832건이다. 그중 아스트라제네카가 114,625건이며 이중 사망자는 402명(AZ는 205명)이다. 프랑스에선 병원 직원들 중심으로 2월 중순부터 지극히 적은 숫자가 AZ백신을 접종받았고, 접종한 직원들 중 25%가 병가를 내야할 정도로 부작용이 커서, 일부 병원에선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이 안전하다는 말은 할 수 없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늦은 백신 수급으로 비판 받았지만, 더 큰 잘못은 수급이 늦어지는 동안 문제를 파악할 충분한 정보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국민들에게 전하지 않은 점이다.

프랑스의 백신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의사 알랭 피셰는 지난해 12월,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접종하게 될 화이자백신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1) 전해진 바에 따르면 백신의 효능은 2-3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2) 가장 허약한 인구층, 즉 노령층과 기저질환자들에게 이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3)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지, 전염시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보장이 없다. 그의 견해는 분명, 프랑스인들의 백신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세균 총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말이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방식으로 방역정책을 진행해왔고, 해당 분야의 전문의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을 맹렬히 비판해왔다. 일부 의사들은 정부 편에 섰지만, 그들은 대부분 제약회사들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들임이 밝혀졌다. 그 논쟁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수십권의 책으로, 8편의 다큐멘터리로, 공개 토론으로 세상에 전해졌다. 지난 1월에는 의료인 6만명이 독립과학위원회를 결성, 백신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국민에게 전하며, 가급적 백신을 맞지 않을 것과, 효과적이고 위험이 적은 치료약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10여년 전부터 나는 프랑스 소식을 한국에 전하는 것을 업의 일부로 삼아왔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으며, 거기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투쟁과 그 성과를 조명하며 우리가 나눠가지면 좋을 정보를 전하려 애써왔다. 프랑스에서 노란조끼 투쟁이 벌어질 때,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때, 프랑스 정부는 비난하지만, 거기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은 응원하는 입장에서 글을 썼다. 코로나19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방역정책, 의료정책은 비난하지만, 거기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을 응원하며 우리에게 없는 정보를 전해왔다. 김우재가 묘사하듯, 내가 본 프랑스가 이상적 사회였다면 허구헌 날 투쟁이 일어나지도, 그런 소식을 전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언론은 일제히 심각한 부작용없이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기사들 밑에 달린 댓글들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부작용에 대한 아우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현실이 혹시 당신의 눈엔 계몽주의? 계몽주의는 불어로 Les Lumières 다. <빛>이란 의미다. 모든 종류의 의문과 호기심을 거부하는 절대권력의 시대를 지나, 질문하고, 의심하고, 모험하며, 더 넓은 지혜와 지식으로 나아가는 시대, 어둠을 떨치고 빛을 향해 나가는 것이 계몽주의다. 자명한 현실들을 덮고, 다짜고짜 <안전한 백신>을 선언하는 것, 자신이 접한 정보를 세상과 나눈 이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은 계몽주의와 먼 얘기다. 김우재는 촘스키가 말한 “세상의 일을 좀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는 사람”의 역할을 <음모론>이란 손쉬운 무기를 들고 하고 계신 건 아닌가.

* 위 글은 <한겨레>의 김우재 칼럼니스트 글에 대한 반론입니다. 반론권 취지에서 게재했습니다.

목수정의 반계몽주의


김우재 | 낯선 과학자

프랑스는 위대한 나라였다. 18세기 그곳에선 계몽의 사상이 불타올랐다. 가톨릭교회와 왕권의 전횡에 저항하기 위해 계몽사상가들은 살롱에서 치열하게 토론했고, 그들의 급진적 사상을 익명으로 출판하며 싸웠다. 계몽사상가들 중 볼테르와 루소는,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사망한 위인들만 안장되는 프랑스의 팡테옹에 예외적으로 안장되었다. 계몽사상이 프랑스대혁명의 이론적 근거와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대혁명은 왕정을 종결시켰고, 근대적인 의미의 민주주의를 태동시켰다. 우리가 향유하는 근대민주주의는 프랑스와 그들의 계몽사상에 빚지고 있다.

프랑스 계몽사상의 뿌리는 영국이다. 볼테르는 뉴턴이 완성한 근대과학의 방법론적 틀에서 계몽사상의 강력한 근거를 발견했다. 볼테르는 물리학에 관한 수많은 저술을 남겼고,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 속에서 프랑스의 사회적 진보를 꿈꾸었다. 백과전서파로만 짧게 알려진 디드로와 돌바크는 뉴턴의 기계론에서 벗어나, 당시 프랑스에서 막 피어나던 근대화학으로부터 전투적 유물론과 급진적 무신론의 근거를 찾았다. 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생명의 발생과 물질의 변화를 근대화학의 방법론과 발견들로 설명하면서 그들은 엄청난 분량의 백과전서를 저술해나갔다. 프랑스 계몽사상의 철학적 기틀은 근대과학으로부터 왔다.

프랑스의 정치사상을 한국에 널리 알린 인물은 홍세화다. 그는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자 프랑스 망명을 신청했고, 20년간 파리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았다. 이후 1995년 출판된 그의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홍세화는 프랑스에서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수입했다. 한때 한국의 지식생태계는 홍세화가 수입한 똘레랑스에 대한 글과 논문으로 가득했다. 이후 한국 철학계는 프랑스의 현학적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잠식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의 지성계엔 소칼의 지적 사기로 ‘과학전쟁’이 일어났다. 물리학자이자 합리적 좌파였던 앨런 소칼은, 프랑스 좌파의 포스트모더니즘이 해롭고 독단적인 고등종교라 생각했고, 엉터리 논문을 포스트모더니즘 학술지에 출판한다. 계몽주의 시기, 과학적 세계관과 동조하던 프랑스 철학은 어느 순간 반과학의 상징이 되었다. 홍세화는 프랑스 계몽사상의 핵심인 근대과학을 쏙 빼고 똘레랑스를 수입했다. 볼테르의 계몽사상에서 유래된 똘레랑스는 근대과학적 맥락에서 사유되어야 한다.

목수정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다. 그는 스스로를 생활좌파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홍세화가 들여온 프랑스 유행이 시들해가던 무렵, 목수정은 다시 프랑스를 한국에 수입했다. 그에게 프랑스는 가장 진보적이고 선진적인 민주주의와 문화를 지닌 나라였고, 그의 글은 대부분 프랑스의 삶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프랑스에 대한 그의 찬양은 점차 그림자정부론에 가까운 음모론으로 변질되었다. 코로나19 뒤엔 이 사태를 이용해 세상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은 우리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것이 목수정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은 점점 더 위험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며칠 전 목수정은 영국의 백신 접종 사후관리 시스템인 ‘옐로카드’의 문건을 근거로, 영국의 백신 부작용 신고가 4만건이 넘는다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 글은 마치 기자가 사실만을 나열한 것처럼 작성되어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수정은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자신의 신념에 맞지 않는 근거는 빼는 방식으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계몽사상가로 분류되지만, 사실 루소는 과학과 문명에 대한 비상식적 주장 때문에 반계몽주의자로 불린다. 과학이라는 상식적 세계관에서 멀어진 좌파는 극우보다 위험할 수 있다. 목수정이 그렇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49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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